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의 인명 경시 풍조가 얼마나 심각한가 하는 데서 오는 자괴감과 깊은 비애입니다. 한국 전쟁 이후의 모진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던 우리 국민의 열망이 지금 이 정도의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어떤 금은보화로도 사람의 목숨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은 과거에도 지금도 변할 수 없는 진리이겠지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매 사건마다 사업주의 또는 건물주의 욕심이 사건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건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제천 화재 참사도, 그리고 오늘 아침의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업 프렌들리, 규제는 암덩어리를 외쳤던 이전 정부의 자유주의 시장경제 정책은 인간 욕심의 폭주 기관차에 속도 제어장치마저 풀어준 셈이었습니다. U.A.E 원전 수주를 위해 우리나라 청년의 목숨을 담보로 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 일이었음에도 돈 앞에 모든 것이 용서되는 듯한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걸 보고 있노라면 개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은 병원이 합법적이었다는 건 정말 납득이 되지 않더군요. 기업 경영에 장애를 주는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하지만 인간의 목숨과 관련된 사안은 규제에 규제를 더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간의 목숨보다 돈이 우선했던 사회, 정의보다는 불법과 탈법이 만연하던 사회, 불공정과 뒷거래가 판치던 사회를 혁신하겠다는 현 정부의 외침이 한낱 정치보복으로 폄훼되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우리 국민은 정말로 반성해야 마땅할 듯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돈이 인간의 목숨보다 소중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지요. 2018년 1월의 마지막 주말,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죽어야 했던 안타까운 영령들 앞에서 진심으로 뉘우쳐야 합니다. 2018년 우리의 민낯은 참으로 추한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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