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반성문 - 전교 일등 남매 고교 자퇴 후 코칭 전문가 된 교장 선생님의 고백
이유남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교사 부부가 있다. 남편은 모 중학교의 체육 선생님이고 아내는 학교는 다르지만 중학교 기술 가정 교과를 맡고 있다. 슬하에 아들 둘을 두고 있는데 모두 장성하여 지금은 대학을 다니고 있다. 집안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부럽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들도 다 컸고 두 분 다 선생님이니 노후 걱정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자식 문제다.

 

부모가 시키는 일이라면 죽는 시늉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큰아들과 부모의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작은애는 외모와 성격 면에서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 배에서 난 형제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큰애는 부모의 과도한 관심 속에서 자랐다. 학원의 선택이며 학습 계획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부모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듯 보였다. 반면에 작은애는 부모가 시키는 일은 뭐든 반대부터 하고 들었다. 학원은 말할 것도 없고, 옷이나 학용품 구매에 있어서도 뭐든 제 손으로 사야 직성이 풀렸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학원 수업과 과외로 쉴 틈이 없었던 큰애는 지방의 작은 국립대에 간신히 합격을 하였고, 학원은커녕 이종격투기 도장만 열심히 다녔던 작은애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집을 뛰쳐 나가 알바와 여행을 전전하다가 지난해에 비로소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다. 정년을 몇 년 남기지 않은 그들 부부는 아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을 인사말처럼 하고 다닌다.

 

그런가 하면 아들 문제로 고등학교 3년 내내 학교와 경찰서를 오갔던 교회 목사님도 알고 있다. 두 집 모두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건만 정작 제 자식의 교육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한다고 하여 자신의 아이들마저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어찌 보면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보편적 원칙을 주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원칙에 문제가 있거나 원칙이 사회상규에 벗어난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삶을 살아가는 데 이로운 지식과 원칙이 가르치는 이의 강요에 의해 자유를 억압하는 사슬로 변질된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교육은 피교육자의 개성과 인격의 발전과 향상에 목적이 있는 건 확실하지만 그 방법이 강제적이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 역시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수학 성적이 떨어지면 수학 학원으로, 미술 수행평가 점수가 필요하다 생각되면 미술 학원으로, 피아노는 기본이니 피아노 학원으로, 이렇게 저는 제가 보내고 싶은 학원으로 아이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배운 피아노는 돈과 시간, 심지어 부모와의 관계까지 버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p.102)

 

이유남 교장의 <엄마 반성문>은 부모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전교회장에 전교 1, 2등을 다투던 저자의 고3 아들이 어느 봄날, 자퇴를 선언한다. 아들이 자퇴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고2 딸도 학교를 그만두고, 자퇴생 남매는 그렇게 방에 틀어박혀 부모와의 대화마저 거부한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의 회사마저 부도가 난 상황에서 채권자들이 집과 교회와 학교에 나타나기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로 저자 또한 여러 번의 교통사고로 수술을 받기도 한다.

 

절망의 끝에서 저자가 만난 것이 코칭이었다. '우선 아이들을 살리고 봐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부모 교육, 소통 관련 교육을 받기 시작한 저자는 한국코치협회 인증 자격 외에 각종 자격증 20여 개를 땄고, 지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다니며 속죄하는 마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부모 및 교사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제가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수많은 코칭 자격증과 전문 코치 자격증을 받고 절망 끝에서 얻은 깨달음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최고의 코칭 기본은 내려놓음이고, 가장 훌륭한 코칭 스킬은 믿음과 기다림이다.' 우리 두 아이는 세상눈으로 보면 지금 크게 성공하지도, 크게 보여줄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믿고 기다려준다면 성장해서 공유하며 많은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 멋지고 행복한 국제 지도자로 살아갈 것을 확신합니다." (p304)

 

교육자로서의 경험이 곧바로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능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일방적인 지시와 강제에 재미를 붙이면 집에 있는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같은 방법을 쓰게 된다. 그러나 학교의 선생님은 1년마다 바뀌지만 부모는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시간이 문제일 뿐이지 결국 사달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와 아내는 아들의 의견을 항상 묻곤 했다. 필요한 학원을 알아보고 등록하기에 앞서 아들의 의견을 묻는 일은 필수적이었다. 등록을 마친 학원도 아들이 다니기 싫다고 하면 과감히 끊었다. 책을 읽는 것도 다르지 않았다. 주말에 집 근처의 대형서점에 나가 함께 책을 읽곤 했는데 아들이 어떤 책을 선택하건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들은 제 스스로 모든 일을 잘 해나갔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이따금 컴퓨터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미래만 걱정할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함께 염려하여야 하지 않을까. 오지 않은 미래를 지나치게 걱정하는 바람에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망친 사례를 우리는 너무도 흔하게 목격한다. 그 모든 게 '사랑'이라는 명목의 허울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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