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호 태풍 '란'(미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마셜군도 원주민어로 '폭풍'을 의미하는 말이지 한글의 식물 '란'이 아님)의 영향인지 오후가 되자 바람이 제법 세게 붑니다. 창밖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이죠. 바람이 거센 날일수록 창문을 꼭꼭 닫은 채 가벼운 이불을 덮고 누워 있노라면 아무리 헐렁한 집일지라도 안온한 느낌이 절로 들고 달콤한 낮잠에 까무룩 빠져들게 마련이지요.

 

이유남 선생님의 <엄마 반성문>을 읽고 있습니다. 한 아이의 부모로서 진지한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가급적 삼가해야 한다고 믿는 철칙이 하나 있습니다. 타인에게 하는 충고입니다. 상대방이 저의 견해를 묻거나 청해오지 않는 한 충고의 말을 먼저 꺼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사실 손윗사람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물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는 까닭에 상대방이 설령 충고를 부탁한다고 할지라도 선뜻 꺼내서는 안 되는 게 충고의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이러한 주관 때문인지 "내가 너와 친해서 하는 말인데..." 라거나 "너를 아껴서 하는 말이지만..."과 같은 전제가 깔린 말은 들을 필요도 없고 들어서 살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충고라는 게 너는 이러이러한 단점이 있고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된다는 요지가 아니던가. 세상에 자신의 단점을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나의 충고를 듣고 그 사람의 삶이 변화하기는커녕 단지 기분만 나빠진다면 굳이 나서서 상대방의 단점을 지적할 이유 또한 없겠지요. 칭찬만 하고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게 우리의 인생인데 말이죠.

 

<엄마 반성문>을 읽고 급반성을 하는 건 아니지만 혹시 나도 모르게 하나뿐인 아들에게 지적질을 했었던 적은 없었는지 곰곰 생각해보는 하루였습니다. "그랬다면 아들아, 정말 미안하구나. 미운 사람에게도 하지 않는 지적질을 사랑하는 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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