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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내공 - 이 한 문장으로 나는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얄팍한 위로가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위로가 범람하는 시기에는 진심을 담은 위로마저 그 진정성을 의심 받기 쉬울 뿐만 아니라 위로의 효과마저 떨어질 수 있다. 말하자면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한마디의 위로가 일시적인 위안은 될 수 있을지언정 자포자기의 심정인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다시 한번 일어서야겠다는 의지를 심어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는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해봐야 인생을 살아갈 내공과 지혜가 쌓이는 데 말이다. 더구나 현대는 정보화 사회여서 손가락으로 까딱하는 검색만으로도 땀 흘리며 도전하는 일이나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실패를 줄이기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직접 부딪쳐서 얻는 성취의 기쁨을 놓치게 만든다. 과거에는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자신이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을 거쳐야만 했지만, 최근에는 검색을 통해 무슨 일이든 별다른 실패와 노력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p.139~p.140)
실패의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듣는 위로와 격려의 말에 유난히 집착하곤 한다. 이 세상에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과도한 감정 과잉의 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럴수록 위로의 말에서 얻는 달콤하고 편안한 기분이 그(또는 그녀)를 취하게 만든다. 위로의 호수에 코를 박은 채 수면 위로 올라올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위로에도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일까. 처음에 들었던 위로의 말도 두 번 세번 반복하여 들으면 그 효과는 차츰 떨어지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물이 말라가는 위로의 호수에서 현실의 공기를 마셔야 할 순간이 도래하는 것이다. 좋든 싫든 그것은 피할 수 없다.
"요즘은 많은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나 패배감, 열등감과 같은 마음의 문제로 괴로워하는데, 그 원인은 결코 외적인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다. 마음속 자존감의 두께가 얇아져 작은 고난에도 쉽게 상처받기 때문이다." (p.12)
메이지 대학의 인기 교수이자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이토 다카시는 고난의 순간마다 자신을 구원해준 것은 수천 권의 책이나 타인에게서 듣는 달콤한 위로가 아니라 책에서 발견한 한 줄의 문장이었다고 자신의 책 <한 줄 내공>에 적고 있다. 그는 "백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혼을 울리는 한 문장'을 발견하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막막한 미래 앞에 방황해야 했던 젊은 시절, 남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을 때, 그는 책 속에서 발견한 '한 줄의 문장'에 기댈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경험과 거장의 지혜가 더해져 삶에서 필요한 단단한 내공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총5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Part 1 불안을 이겨내는 말, Part 2 상처를 위로하는 말, Part 3 벽을 돌파하는 말, Part 4 삶을 긍정하는 말, Part 5 나답게 살기 위한 말이 실려 있다. 크고 작은 인생의 벽 앞에서 좌절할 때마다 책 속의 한 문장이 자신을 붙잡아주고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가족이나 주변의 가까운 사람에게서 듣는 위로의 말은 그 순간에는 더없이 좋은 효과를 발휘하지만 시간의 휘발성 앞에 끝내 굴복하고 만다. 그러나 거장의 지혜가 응축된 한 문장은 고난이 닥칠 때마다 반복해서 그 효과를 발휘한다. 어쩌면 횟수가 더해질수록 더욱더 큰 울림으로 진화하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괴로운 날이 계속되겠지만 그럼에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온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까닭은 처절한 시련을 한 세기 동안 경험한 노인만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이기 때문은 아닐까? 오늘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우리에게 내일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 사실을 깨닫는다면 어떠한 고난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이다." (p.207)
입에 발린 위로나 격려의 말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 시대를 사는 사람은 한마디 달콤한 위로의 말에 중독되지 않을 재간이 없다. 말하자면 우리는 위로 중독 사회를 살고 있는 셈이다. 알다시피 모든 중독은 함유량을 늘려가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위로의 말이라고 다르지 않다. 웬만한 말로는 가슴에 와닿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책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찾은 한 줄의 문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가 강해진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이끄는 한 줄기 빛이 될 때 삶은 그 자체로서 가치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