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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청소 -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적해지는 당신을 위한 멘탈 처방전
지멘지 준코 지음, 김은혜 옮김 / 다산4.0 / 2017년 3월
평점 :
세월의 갈라진 틈새로 이따금 우울했던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것은 마치 행복을 시샘하는 악마의 발톱인 양 느껴지기도 하고, 현실에 안주하려 하는 나의 나태함을 꾸짖는 따끔한 질책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나는 세월의 그 옅은 틈새를 완전히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아직 알지 못합니다. 하여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우울한 기억들이 평온한 내 삶의 방향타가 되지 않도록 가만가만 다독일 뿐입니다.
언젠가 읽었던 <우울한 현대인에게 주는 번즈 박사의 충고>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슬픔은 상실이나 실망을 포함한 부정적 사건을 왜곡되지 않은 방식으로 묘사하는 현실적 지각에 의해 만들어진 정상적 정서인 반면, 우울증은 언제나 어떻게든 왜곡되어 있는 사고에서 비롯된 병이다." 조금 어려운가요? 결국 데이비드 번즈 박사가 하고자 했던 말은 '슬픔은 정상적인 정서인 반면 우울증은 병'이라는 의미이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현실에서 이 두 가지 현상을 확연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너무나도 쉬워 보이는 슬픔과 우울증의 구별이 현실에서는 교묘하게 중첩되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심각한 병으로 몰고 가기도 하지요.
"스트레스는 한 번에 큰 덩어리가 쿵 하고 덮쳐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작은 스트레스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 날 갑자기 질병처럼 몸과 마음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병도 생활 습관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셍활 습관병은 식습관, 음주 습관, 수면리듬, 체중 관리 등 일상 습관을 조금만 개선하면 피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울적해졌을 때, 간단한 방법으로 마음을 미세하게 조정하면 마음의 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p.7~p.8)
스포츠의학 박사이자 일본 최고의 멘탈테라피스트로 알려진 지멘지 준코의 책 <감정 청소>는 우울증 예방을 위한 핸디북 정도로 읽혔습니다. 잡다한 설명이나 예시도 없이 '각종 스트레스로부터 마음을 지키고, 울적해진 마음을 재빠르게 회복시키며, 애초에 울적해지지 않는 마인드 유지를 위한 34가지 요령'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목차만 보아도 책의 내용을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1장 '감정회복이 빠른 사람들의 사고방식', 제2장 '울적해지지 않는 아침, 점심습관', 제3장 '울적해지지 않는 저녁습관', 제4장 '울적함이 확 줄어드는 기술', 제5장 '금방 울적해지는 사람을 위한 처방전'이 그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방송이든 다른 매체 어디에서든 저자의 처방 중 몇몇 가지에 대해 한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테면 '일부러 웃기', 큰소리 내기', 가볍게 산책하기','바나나 먹기' 등 일상에서 울적한 기분이 들었을 때 쉽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말이지요.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하거나 맞춰 주려고 하면 자기 자신에게 소홀해져 지치게 됩니다. 자신에게 기분 좋은 대화법을 취해 보세요. 언제나 참지만 말고 우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상대와의 대화가 원활해지며, 결과적으로 상대를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당신이 어떻게 하고 싶고 되고 싶은지가 인간관계의 기본입니다. 결국 정답은 나에게 있습니다." (P.190)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슬픔이나 스트레스가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고 우리의 몸을 자연스럽게 통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들이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마음 밑바닥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간헐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는 있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말이지요.
앞에서도 말했던 데이비드 번즈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고 그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행동들이 불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당신은 놀랄 것이다." 라고. 대부분의 분노나 스트레스는 불공정하다는 생각에서 오는 것이지만 결국 그것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고 자신의 마음 안에서 제멋대로 만들어진 환상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만든 절대 불변의 기준들, 예컨대 진리, 정의, 공정 등의 개념이 혹여라도 잘못 만들어진 것이라면 당신은 그 잘못된 기준에 의해 타인을 마치 범죄자인 양 취급했다는 것이지요.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 각 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들 간의 TV토론이 열리고 있습니다. 며칠 전 토론에서 어느 후보는 다른 후보를 향해 그러더군요. '주적(主敵)'이라고. 마음 속에서 만들어진 잘못된 개념에 의해 상대방을 원수 대하듯 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저런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결국 그는 상대방을 해롭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병들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먼 훗날 알게 되겠지요. 중병에 걸려 오늘 내일 할 때 말이지요. 이 좋은 계절에 기분 좋은 생각만 하기에도 짧은 시간입니다. 즐거운 주말 휴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