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지겠지' 생각하며 한 해 두 해 시간만 흘려보낸다고 해서 저절로 나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개인의 건강이나 살림살이 또한 아무런 노력도 없었는데 나빠진 건강이 좋아질 리도 없을 뿐더러 빠듯했던 살림살이가 어느 날 갑자기 제비가 가져다 준 흥부네집처럼 하루 아침에 좋아질 리 만무하다는 건 세 살배기 어린애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로또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지도 않을 행운을 기대하면서 무작정 기다리는 일에 너무도 익숙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1주일여가 흐르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새해 분위기가 크게 흐려지지 않은 덕분에 만나는 사람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나도 역시 그런 인사를 주고 받으며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은근한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이다.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듯 보이지 않던 행운이 어느 날 갑자기 내 눈앞에 턱 하니 펼쳐지기라도 할 것처럼 은근한 기대감에 가슴까지 설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한해의 시작인 1월 한 달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 2월만 되더라도 예년과 다름없는 텁텁한 일상이 반복되곤 한다.

 

우리가 연초에 기대하는 행운은 어쩌면 예년과 달라지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기대도 한낱 사치에 그치지 않을까 다들 걱정하는 분위기이다.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탄핵 피소추인이 된 대통령 한 사람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그녀는 아바타 대통령, 핫바지 대통령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무런 실권이나 생각도 없이 하루 하루 로봇처럼 움직였던 대통령의 실체를 국민 모두가 까맣게 몰랐다는 건 그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애썼던 수많은 부역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터, 우리는 그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본인보다 더 나쁜 사람은 그들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새해의 수명은 과연 언제까지라고 해야 적정할까. 보름? 한 달? 또는 한 분기? 어쩌면 올해는 새해 분위기가 지속되는 기간도 역대 최단 기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미국의 금리 인상, 극우 세력의 득세 등 우리 앞에 놓인 난제는 지도자를 잃은 대한민국호에 충격을 더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소비자들의 꽁꽁 닫힌 지갑과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계부채, 그리고 벼랑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들... AI 여파로 인한 달걀 가격의 고공행진... 들썩이는 물가. 그러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무한반복되는 그들의 '몰랐다'는 말만 지겹도록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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