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고의 가치도 없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요? 거짓말 조금 보태면 최근 몇 년간 이 말을 뉴스나 다른 언론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씩은 듣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죽하면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지 않은 아이의 입에서 이 말이 툭툭 튀어나올라구요. 마치 오래전부터 늘 써왔던 말인 것처럼 억양마저 자연스럽게 말이지요. 거실에 걸린 가족사진 액자의 유리가 깨진 걸 보고 제 어미가 "이거 니가 깼지?" 물을 때에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 어제 사서 넣어 둔 냉장고 속 음료수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바닥이 드러난 걸 보고 "이거 니가 다 먹었지?" 해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 하며 정색을 합니다.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어른인 대통령을 보며 자라는가 봅니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던 당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을 때에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있었을 때 정모 씨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에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의혹 제기에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정권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 라고 하는 대통령의 강한 발뺌의 말이 아이들은 마치 제 부모의 추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항변의 말인 양 시도 때도 없이 남발합니다.
이런 모습은 비단 국내에만 한정된 건 아닌 듯합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서 크게 고무되었었나 봅니다. 해마다 발행하는 세계경쟁력보고서를 통해 국가별 부패지수를 발표했는데 우리가 몇 위인지 아십니까? 놀라지 마세요!!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무려 9위를 차지했습니다. 실로 대단하지 않습니까? 안타까운 것은 멕시코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전 국민이 똘똘 뭉쳐 "일고의 가치도 없다!!"라는 말을 구호처럼 외치면 아마도 내년쯤에는 1위를 탈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우리가 경쟁해야 할 국가로는 멕시코 말고도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헝가리, 그리스, 체코, 스페인, 라트비아 등이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느낌이 들지요? 저도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는군요. 내년에 우리의 순위를 떨어트릴 가장 큰 장애요인은 아마도 '김영란법'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전 국민이 모두 모여 한 목소리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라고 외치는 순간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봅니다. 부정부패 세계 9위의 국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