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갈 능주 생중달(死諸葛 能走 生中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습니다만 삼국지에서 전해지는 말이지요. 죽은 제갈량이 살아 있는 사마의를 쫓아냈다는 뜻으로 촉인들 사이에 회자되던 말인 듯합니다. 출사표를 바치는 것으로 시작된 제갈량의 북방원정은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비극을 겪은 후에 결국 오장원에서 제갈량이 죽음으로써 끝이 나게 됩니다만 제갈량은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자신이 죽기 전에 사마의를 몰아낼 계책을 세웠던 것입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촉군을 향해 진격했으나, 촉군 진영에서는 제갈량이 살아서 군대를 통솔하고 있었다지요. 혼비백산한 사마의는 꽁지가 빠져라 퇴각하였고 그 바람에 촉군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것은 제갈량이 아니라 제갈량을 본뜬 목상이었습니다. 후에 사마의는 "나는 그의 삶도 헤아리지 못하고 그의 죽음도 헤아리지 못하는구나!" 하고 한탄했다고 합니다.

 

요즘 여당이나 야당이나 4월에 있을 총선에 대비하여 공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만 그로 인하여 정국이 시끄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웃기는 것은 살아 있는 권력보다는 죽은 사람이 더 무서운 것인지 연일 '친노 패권'이니 '노무현 세력'이니 '노빠'라느니 7년 전에 서거하신 노무현 대통령을 들먹이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삼국지에서의 조조도 죽은 관우의 환영에 시달리다가 결국 죽음을 맞았다지요. '친박 패권 청산'이라는 구호는 들어본 적도 없으니 살아 있는 권력은 아무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새누리당이든 야당을 표방하는 국민의당이든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의 환영에 시달리는 걸 보면 그들의 최후도 멀지 않은 듯합니다.

 

과연 그들은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요? 무덤 속에서 권력을 행사할 리도 만무한데 말입니다. 뉴스에서 연일 떠드는 바람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국민들도 돌아가신 대통령을 다시 그리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깜박 잊었던 그 모습을 선명하게 떠올리기도 하고 말입니다. 야권의 분열로 인하여 여권이 어부지리의 승리를 점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권력의 향배야 어찌 되든 고인이 되신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많은 국민들이 있는 한 살아 있는 권력은 영원히 고인의 환영 속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할 것입니다. 꽃이 피는 4월이 오면 우리는 20대 국회의원을 새로이 뽑고 허깨비 같은 그들을 국회의원이라 칭하겠지만 5월의 기억은 꿈결인 양 아련한 그리움으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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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1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2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