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소리도 없이 내리고 있다. 봄을 대표하는 게 비라거나, 비였다거나, 비였을 거라는 사실을 홍보라도 하는 양 정말이지 봄비스럽게 내리는 것이다. '헐, 우산도 안 가져왔는데...' 하는 걱정에 앞서 나는 봄비에 대적할 만한 적당한 생각을 찾느라 온종일 부산했다.

 

 

봄비스러운 생각 1.

 

지도에 표시된 벚꽃 개화시기처럼 춘곤증 만연 시기는 지도에 표시할 수 없는 것인지... 등고선 모양으로 멋지게 표시한 지도를 보면서 짧은 스커트 차림의 기상 캐스터가 등장하여 이렇게 예보하는 것이다. "올해 서울의 춘곤증 만연 시기는 대체로 삼 월 오 일에서 십오일 사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이 점을 참고하시어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이만 총총."

 

 

봄비스러운 생각 2.

 

세상에는 갖가지 박물관이 다 있는데 왜 생각 박물관은 없는 것인지... 예컨대 김 아무개의 생각, 이 아무개의 생각 등을 영상과 지면으로 박물관 곳곳에 시대순으로 비치하여 한 사람의 생각이 나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경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박물관 큐레이터 언니는 박물관을 찾은 어린 아이들에게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린이 여러분, 우리가 다음에 볼 생각은 1905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고생만 직살나게 하다가 1963년에 세상을 떠난 이 아무개 님의 생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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