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못 볼지도 몰라요 - 960번의 이별, 마지막 순간을 통해 깨달은 오늘의 삶
김여환 지음, 박지운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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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 찾아온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가는 호스피스 환자들은 오늘만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삶의 진리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오늘을 오롯이 살아내려면 호스피스 환자처럼 억지로라도 한 번쯤은 미래의 죽음으로 찾아가서 '남겨진 시간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p.161)

 

<내일은 못 볼지도 몰라요>를 쓴 김여환 님은 호스피스 병동을 지키는 의사이다. 8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900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임종 선언을 했다는 그녀의 경험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순간을 우리가 어떻게 맞아야 할지, 생과 사를 가르는 영원한 이별과 그 상실의 고통을 우리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곰곰 생각하게 한다. 죽음이란 결국 영원히 익숙해질 수 없는 마지막 고통이지만 애써 외면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에 우리는 하시라도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도록 채비를 해야만 하지 않을까.

 

몇 년 전 나는 독일의 유명 요리사 되르테 쉬퍼가 쓴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읽은 적이 있다. 호스피스 병동의 요리사였던 그는 자신의 책에 '죽을 준비가 된 것'과 진짜로 '죽을 수 있는 것' 사이에는 종종 고통스러운 시간이 놓여 있다,고 썼다. 김여환 저자도 폐암 말기였던 자신의 어머니를 호스피스 병원에 모시고 직접 임종 선언을 했던 가슴 아픈 경험을 이 책에 쓰고 있다.

 

"나에게도 언젠가는 긴 꿈에서 깨어나듯이 죽음이 순식간에 밀려올 것이다. 아! 이것이 운명이다! 싶으면 이미 늦는다. 인생의 마지막에는 벼락치기 공부가 통하지 않는다. 마음의 눈으로만 보이는 우리의 마지막이 빛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오늘 내가 바뀌어야 했다. 엄마가 살아갔던 삶의 끝자락을 통해서, 나의 눈부신 마지막도 지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p.178)

 

인간은 신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말이 있다. 어디 인간뿐이랴. 지구상에 신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생명체가 어디 하나라도 있을까마는 생명이 주어지는 그 순간만큼은 그야말로 제각각이다.금 숟가락을 물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몸뚱아리 하나만 달랑 갖고 이 세상에 오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복불복의 그 순간을 두고 신은 공평하다 말할 수 있는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이 끝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무대의 막이 내려지듯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일찍이 하이네도 ‘죽음이야말로 유일한 평등’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 그 어떤 권력을 가진 자라 해도, 아무리 아름답거나 건강한 사람이라 해도 늙지 않고 죽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에 관해서는 대부분 두 눈을 가린 채로 살아간다.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고 또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도 죽음은 기어이 밀쳐낸다. 시간이 흘러 인생의 마지막 카드가 던져질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두 눈을 가린 붕대를 벗겨내고 찬찬히 과거와 현재를 자세히 들여다보지만, 때는 이미 늦는다." (p.142)

 

건강하게 살아있을 때의 삶은 오롯이 본인을 위한 삶이다. 아니라고 부인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의 모든 것을 내줄 정도로 이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죽음을 준비할 때는 다르다. 비록 그것은 삶의 연장선에 있기는 하지만 생명의 유한성을 강하게 인지하는 자의 이타적 발현 과정이라고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것은 환자 자신의 삶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환자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배려의 과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잘 산다는 것은 어느 하나만 잘하는 게 아닌 둘다에 해당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는 한 달 뒤에나 있을 시험은 손가락으로 날짜를 짚어가며 하나하나 꼼꼼히 준비하지만, 당장 내일 있을지도 모를 우리의 죽음에 대해서는 남의 일처럼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높은 학벌, 좋은 직장,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인생…. 하지만 결국 내가 세상을 떠날 때 가슴에 담고 가는 것은 자식이 좋은 대학을 나와 남부럽지 않게 능력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나는 단지 인생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나의 아이들에게 나지막이 물어보고 싶다. '나를 엄마로 만나서 진정으로 행복했었니?'" (p.238~p.239)

 

다음달이면 나는 아버지를 가슴에 묻은 지 만으로 일주기를 맞게 된다. 지난 해 이맘때쯤 장례식장을 지키던 그 며칠은 비가 억수같이 내렸었는데 벽제로 향하던 그날 새벽길은 얼마나 투명하고 맑던지... 그 뜨거웠던 햇살 아래서 나는 당신에 대한 기억들을 무한의 시간 속에 올올이 풀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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