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애연가에게 2015년은 어쩌면 최악의 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80%에 이르는 담배값 인상은 개개인에게 적잖은 부담이었을 테니까요. 사실을 말하자면 담배 가격의 인상은 아니었고 담배에 붙은 징벌세 성격의 세금이 올랐을 뿐이지만 말입니다. 제 소득은 전년도에 비해 그닥 오른 게 없었기에 저는 올해 초부터 담배를 끊었고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저와 함께 금연을 결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 삼 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못 피웠던 걸 벌충이라도 하려는 듯 더 적극적으로 피워대는 모습을 보면 괜히 미안해집니다. 나만 혼자 빠져나간 듯해서 말이지요.

 

아무튼 담배값 인상은 우리 사회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온 게 사실입니다. 궐련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이 가격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전자 담배로 갈아탔는가 하면 지금껏 궐련 담배를 고집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조금이라도 담배값을 아껴보려는 심산인지 필터에 불이 붙을 때까지 알뜰하게 피운다는 것입니다. 전에는 두어 모금 빨고 버리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현저히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세수 증대를 은근히 기대했던 정부는 요즘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을 걸로 압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을 테니까요.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 사람들의 심리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왕 버린 몸!'이라는 식의 자포자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네덜란드 속담에는 이런 게 있습니다. ‘비에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브라질의 해안도시 파라티에서는 매년 진흙축제(Bloco da Lama)가 열린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보령머드축제'처럼 말이지요. 젊은이들이 이 축제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 평소에 느낄 수 없는 해방감 때문일 것입니다. '이왕 버린 몸!' 신나게 놀아나 보자는 심리와 담배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유혹에 이끌려 한모금 빨아보고는 '이왕 버린 몸!' 하면서 계속 담배를 피우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이겠지요. 요즘 들어 저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비싼 외제차를 잠시의 고민도 없이 덥썩 사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저는 그들이 대단한 부자인 줄 알았죠. 그런데 속사정은 그렇지 않더군요. 한계에 도달한 가계 빚을 떠안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왕 버린 몸'의 자포자기 심리가 반영된 까닭이지요. 주말마다 외식이나 캠핑을 즐기면서 말입니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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