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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은 어떠어떠하다." 또는 "당신은 어떠어떠한 사람이다." 나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예전부터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는 듯 말이다. "너는 이러이러한 사람인 것 같아."도 아니고 그렇게 규정하듯 말해버리면 그와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층이 갑자기 생겨나 나는 저 밑에서 무릎을 꿇은 채 공손히 머리를 조아려야 할 것만 같고, 뭔가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은 들면서도 잔뜩 주눅이 들어 뭐라 항변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외치고 싶어도 그러면 꼭 안 될 것만 같다. 그리고 비록 내가 지금은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마저 들기도 한다. 웃기는 일이지만 정말 그렇다.

 

어느 책에선가 김형경 작가는 20대에는 자살을 주머니 속 동전처럼 만지작 거리며 살다가 결국 자살은 하지 못하고 자원해서 정신분석을 받아 보았다는 내용의 글을 읽고 놀랐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신분석을 받아볼 필요가 있긴 있나보다.' 생각했었다. 작가도 물론 베스트셀러가 된 심리 에세이를 몇 권 쓸 수 있었으니 시쳇말로 '뻘짓'을 한 건 아니니까 말이다. 오히려 많이 남는 장사를 한 셈이지 않은가. 아무튼 임경선의 <태도에 관하여>를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던 게 사실이다.

 

"'태도attitude'란 '어떻게how'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자산이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의 태도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 태도들의 틀 안에서 개별적인 문제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p.7)

 

12년간의 직장 생활을 거쳐 11년째 전업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임경선 작가. 그녀를 알게 된 건 꽤 오래 전의 일인 듯하다.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더 가깝게 느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듯한 글쓰기 방식이 맘에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이 책 <태도에 관하여>에서 작가가 가장 신뢰하는 5개의 핵심적인 태도, 예컨대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에 대하여 쓰고 있다. 작가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살아라.' 강요하지 않았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한 것이든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멈춰지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 속으로 한동안 빠져들게 된다.

 

"'누가 뭐라든 난 이걸로 됐어'라며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돌이켜보면 왜 과거의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을까 안타깝다. '만일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어땠을까'라며 또 하나의 인생을 자신에게 주어진 옵션이라고 착각하고 제멋대로 상상하던 나는 뭐랄까, 내가 현재 살고 있지 않은 대안의 삶에 멋대로 싸움을 붙인 후 알아서 지고 있었다. 대안의 인생, 그런 건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행여 있더라도 분명히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저쪽 인생의 나'도 똑같이 '이쪽 인생의 나'를 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p.24~p.25)

 

사실 나는 웃을 일 하나 없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거나, 최선을 다하라거나,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하라거나, 도전하는 삶을 살라거나 하는 식의 얼빠지고 정신 나간 사람들이 쓴 책은 딱 질색이다. 자신은 이만큼 살고 있으니 너희들도 잘만 하면 나 정도로 살 수 있을 거다 뻐기는 것도 아니고, 너희같은 찌질이들은 절대로 나처럼 될 수 없으니 애당초 포기해라 저주하는 것도 아닌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책 말이다. 그러나 임선경 작가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꿈에 대한 이야기, 사랑과 성에 대한 이야기, 연애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삶의 태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종일관 미안한 듯한 태도로 말했다.

 

물론 이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하여 잘못될 인생이 크게 달라지라는 법은 없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자살하는 '자살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자살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 있고, 내 아이만큼은 남보다 뒤쳐지지 않고 공부 잘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 아닌 위안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사는 동안에 내 주변의 사람들과 얼마나 잘 어울리고 더불어 행복했는가? 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것은 결국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인 것이다.

 

"이젠 꿈이라는 단어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 내가 하면서 불행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거, 가끔 충만함이나 순간의 행복을 느끼는 거, 저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여하튼 내 꿈이 뭘까? 나는 꿈을 이루어야 하는데, 라며 꿈이라는 명제에 사로잡히다 보면 오히려 지금 내 앞으로 휙휙 지나가는 이 시간들, 즉 현실을 제대로 살지 못하거나 현실을 부정하게 되죠. 미래라는 것은 끊임없는 '오늘'의 반복일 뿐이잖아요." (p.277~p.278)

 

오늘, 5월 21일은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부부의 날'이란다. 제정 목적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 데 의의를 두었다는데 나는 기억하고 기념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아무튼 이것 저것 신경쓰며 살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세상이 되었다.  그럴수록 스스로 만족하고 지켜나갈 수 있는 원칙을 세울 필요성이 있다. 세파에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의지할 만한 원칙은 살아가는 데 종종 도움이 된다. 임경선 작가의 생각들처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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