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임승수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다른 블로거들과 이렇게 저렇게 이웃을 맺고 친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친하다는 게 실제로 너나들이를 할 정도로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서로의 블로그를 이따금 방문하여 한두 마디 댓글을 다는 게 고작이지만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내가 생각하는 온라인상의 친함이란 도무지 뜬구름 같고 실체가 없는 그 무엇으로만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나도 어느새 블로그를 시작한 지 몇 년쯤 지나고 보니 이래저래 알게 된 이웃 블로거들이 여럿 되더군요. 그분들 중 어느 누구와도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만나본 적은 단 한 차레도 없었지만 이따금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신년 인사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이렇듯 가벼운 만남에도 한 해 두 해 세월이 더해지면 도타운 온기가 조금쯤 생겨나는 듯도 합니다. 그렇게 약간의 친분이 쌓인 이웃 블로거가 어느 날 느닷없이 책을 내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소식을 접하였을 때의 내 느낌은 참으로 묘합니다. 부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도 있고, 평등한 일반 블로거에서 작가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확연해진 듯하여 조금쯤 주눅 들기도 하고 아무튼 뭐라 단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에 한동안 휩싸이곤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된 이웃 블로거의 글에 이제는 함부로 댓글을 달아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전에는 한두 마디 시시한 댓글을 달았음직한 글에도 그냥 읽어만 보고 슬몃 빠져나오게 됩니다. 왠지 서먹하고 멀어진 느낌이 문득 드는 건 어찌할 수 없더군요.

 

그런가 하면 책을 낸 작가인 줄도 모른 채 한동안 지내다가 그 분이 낸 책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오히려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옛친구를 만난 기분이랄까요? 블로그 이웃으로 지낼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그분의 이력을 책을 통하여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지요. 웬만하면 나는 작가 소개를 꼼꼼히 읽는 편이지만 이웃 블로거의 경우에는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출생지나 나이 학력 등 간단하게 소개된 그분의 이력을 통하여 나는 온갖 상상을 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아, 책을 쓸 만큼 충분한 삶을 살아냈구나.' 내 나름의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글은 '살아지는' 삶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라." (p.53)

 

임승수 작가의 저서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는 작가를 꿈꾸는 블로거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책을 쓰는 일이 도대체 밥벌이로서 가능한 일인지 따져보는 것에서부터 출판사와 계약서를 쓰는 것에 이르기까지 책 쓰기의 실제와 출판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게 하는 기존의 글쓰기 교본과는 확연히 다른, 저자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 쓰기 'A to Z'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전자공학 석사 출신으로서 연구원 생활을 하던 저자가 모든 걸 팽개치고 책을 쓰는 삶을 선택했다는 그의 이력이 말해주는 것처럼 그는 어쩌면 작가로서의 삶과는 무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치 공학도에서 전문작가로의 변신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기에 작가를 꿈꾸는 예비 작가들에게 그의 경험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경험을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어렵게 책을 낸 다른 저자들의 인터뷰도 담고 있습니다.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은수연(가명) 씨나 수학 전공자로 역사서를 쓴 김상태 씨, 세계일주 경험을 책으로 쓴 고은초 씨, 호기심 때문에 남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았던 박신영 씨 등은 모두 남과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아낸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쓴 책이란 결국 저자 자신의 삶의 기록이겠지요.

 

"저는 책을 쓰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글을 쓰라고 하고 싶어요. 나 이제부터 책 써야지, 이러면 부담감 때문에 글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든요.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삶을 정리하고 그냥 계속 글을 쓰다 보면 그 글이 묶여 책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이렇게 써야 글이 살아 있을 수 있어요. '책'이라는 형식은 자본과 함께할 수밖에 없거든요." (p74)

 

저자는 독자들에게 꾸준히 써보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완성해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써서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한 글을 들고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창피도 당하고 모욕도 받아보라고 말합니다. 나는 비록 그럴 자신도 없고, 그럴 만한 재능도 없지만 이 책을 읽은 어느 블로거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도 책을 출판했노라 내게 알려올 때가 있을 거라고 믿게 됩니다.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자신의 역량을 명확하게 판단하고, 완성시키고, 그다음에 책으로 안 나오면 그냥 원고를 베개로 베고 자는 겁니다. 기꺼이 모욕당하고 모욕당하는 것을 즐겨야죠. 출판사에 보낼 떄 이메일로 보내는데 돈도 안 들잖아요? 막 보내요. 그래도 끝까지 연락이 안 오면, 뭐 딴 거 쓰는 거죠. 하하하. 자신감이 있어야 돼요. 깡다구 말이에요. 뭐 안 되면 그만이잖아요."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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