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마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한다고 해도 달리 뾰족한 대책이 있을 리 없건만 기상청에서는 여러 이유로 설명하고 있더군요. 먼지가 날리는 등산로를 걸을 때마다 가뭄의 심각성을 체감하곤 합니다. 그렇다고 다 나쁜 것만도 아닙니다. 물웅덩이가 줄어든 탓인지 모기의 개체수가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 같습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아침에 산에 올라 운동을 하고 있노라면 땀냄새를 맡은 모기들이 까맣게 달려들곤 했는데 올해는 손짓 몇 번만으로 가볍게 쫓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모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밤에도 더위를 느끼는 요즘에는 문을 있는 대로 활짝 열어놓고 잠이 들게 마련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이면 으레 모기약도 뿌리고 전자 모기향도 피우지만 이따금 피곤에 지쳐 나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모기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어떻게 들어와 어느 곳에 숨어 있다가 내가 잠든 틈만을 노려 공격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그냥 잘 것이냐 일어나 불을 켜고 모기를 잡을 것이냐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결국에는 잠을 포기하고 모기와의 한판 승부를 격렬히 치른 후에야 다시 잠이 들게 됩니다. 그렇게 잠을 설친 날이면 몸도 찌뿌듯하고 컨디션도 영 엉망이 되고 맙니다.

 

그렇지만 이런 날벌레들이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저으기 안심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모기를 비롯하여 잠자리, 매미, 나비 등 인간의 시선에서 가까운 작은 생명체가 살아있다는 것은 지구환경이 아직은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날벌레보다는 덩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인간이 이 지구에서 당분간은 그럭저럭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4대강 문제로 언론이 시끄럽습니다. 큰빗이끼벌레인가 뭔가 하는 것이 온 국토의 강에 대량으로 서식하고 있다지요? 녹조현상도 심각한가 봅니다. 전직 대통령은 그 많은 돈을 들여 우리나라 국토에 무슨 짓거리를 한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토를 온전히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고사하고 엄청난 액수의 세금으로 기껏 한다는 짓이 국토를 파괴하는 일이었다니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집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건전한 정신과 문화를 후대에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물려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에 우수한 문화가 있다한들 뭐하겠습니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국가를 다스리는 통치자의 정신상태가 올바르지 못하면 전 국토가 일시에 파괴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 위험성은 참으로 지대한 것입니다. 제 잇속을 차리기 위해 전 국토를 파괴한 통치자의 말로가 이런 것이다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저 가슴만 칠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