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논쟁 - 괴짜 물리학자와 삐딱한 법학자 형제의
김대식.김두식 지음 / 창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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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직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조직원은 열이면 열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 의견의 배후에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의도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직이 크면 클수록 통일된 의견을 취합할 수도 없을 뿐더러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자 했던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편법과 권모술수만 난무하게 된다.

 

서울대 물리학과의 김대식 교수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두식 교수 형제가 대담 형식으로 엮은 <공부 논쟁>은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 전반에 걸친 여러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이런 까닭에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꼈다.  이 책의 내용에 나는 왜 적극적으로 수긍하지 못했을까?  형제이면서 둘 다 교수 직함을 갖고 있는 두 명의 엘리트에 대한 반감일까, 아니면 그들에 대한 부러움에서 오는 열등의식일까?  나는 리뷰를 대신하여 내가 느꼈던 불편함의 원인을 찾고자 한다.

 

첫번째 의문은 모든 조직의 문제점을 파악할 때 타 조직과의 비교는 필수적인가? 하는 문제이다.  내 생각을 미리 말하자면 '노(no)'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와 현실을 타 국가의 그것과 비교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 발전하기 위한 것인데 과연 그렇게 되는가.  예컨대 부모님이 자신의 아이를 자극하여 발전을 도모코저 할 때, 소위 '엄친아'와의 비교를 밥 먹듯이 하지만 과연 아이가 '엄친아'에 근접하거나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가.  그보다는 오히려 '엄친아'를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아이에게 좌절감과 패배의식만 심어주지 않던가.

 

"일본의 장인 씨스템이 독일의 대학 씨스템을 만나 일본 과학의 발전을 일구어냈다면, 우리나라는 선비문화가 그대로 대학문화로 이어졌어요.  조선시대에 관직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장원급제도 해야 하지만 좋은 서원 출신일 필요가 있었잖아요.  이게 지금 우리나라의 학벌로 연결되는 거죠.  어느 대학 출신.  미국 박사라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공부로 끝장을 보면 문제가 없죠.  그런데 공부가 항상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한 수단인 게 문제예요."    (p.173~p.174)    

 

두번째는 잘못된 역사의 순환고리에서 그 사슬을 끊을 자신감과 실천의지는 문제점의 파악만으로 가능한가 하는 문제이다.  어떤 문제점의 인식과 실천의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조직원이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포기하고, 때로는 조직원들로부터의 욕설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밀고 나아가지 않는다면 역사는 변하지 않는다.  즉, 문제점의 파악과 인식만으로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나도 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제점을 스스로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그러나 대학 내부의 껄끄러운 제반 문제들, 엘리트주의의 한계와 우리나라 공교육 씨스템의 문제 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는 문제들을 언제까지 지적만 하고 있을 것인가.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 주체(학생, 교사, 학부모)의 통렬한 반성과 실천 의지가 아닐까.  그것이 없다면 역사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 책의 대부분은 공부, 엘리트, 탁월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 장원급제 DNA와 장인 DNA의 차이, 과장된 이공계 위기, 영재교육의 문제점 등을 이야기하다보니 논의는 자연스럽게 비평준화 시대의 경기고와 현재의 특목고로 상징되는 엘리트주의의 한계로 모아졌고, 고교 평준화, 대입 단순화, 서울대 개혁이라는 대안으로 이어졌습니다."    (p.10)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타 조직과 비교함으로써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쯤 생각해야 될 문제는 비교하는 대상을 비교 당하는 대상이 비교를 통하여 우상화하고 있지는 않는지, 조직원의 자격으로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나는 비록 이런 더러운 곳에 속해 있지만 적어도 문제점을 말하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므로 나는 깨끗하다.'는 자기변명이나 자기합리화는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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