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세 가지 일은 증오를 사랑으로 갚는 것, 버려진 자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자기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곱씹어 생각할수록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가뜩이나 2013년의 막바지에 이른 요즘의 대한민국 정세를 보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철도노조의 파업과 민주노총 사무실의 강제진입을 보면서, 그리고 얼마 전 개봉한 '변호인'의 흥행을 보면서 마음이 그닥 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경찰의 강경진압을 보면서 저는 8,90년대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장면이 보여지곤 했으니까요.  오죽하면 대학가 주변의 상인들은 민방위 훈련을 하듯 하루에도 몇 번씩 셔터를 여닫아야 했겠습니까.

 

현 정부의 이와 같은 행태는 집권초기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대치 상황이 전 정권에서 발생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신기할 뿐입니다.  저는 노무현 정부가 물러날 즈음 이런 상황이 올 것을 미리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무슨 신통력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것이 모두 노무현 대통령의 위대함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하고자 합니다.  제 의견에 반하는 분도 물론 있겠지요.

 

다들 보셨겠지만 참여정부의 초기에 있었던 평검사와의 대화를 기억하실 겁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어느 누구도 실현하지 못했던(어쩌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권위주의의 탈피는 그때부터 비롯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습니다.  어느 누구의 삶에서도 성공과 과오는 있게 마련이지요.  어쩌면 과오가 아홉이라면 성공은 그 중 하나쯤만 되어도 그 사람의 삶은 성공한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과오를 과감히 드러낼 수 있는 삶은 더욱 위대한 것이겠지요.

 

제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과오로 언론을 장악하지 못했던 것과 참여정부와 척을 지는 반대파를 제거하지 못했던 것을 꼽는 분도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뜨뜻미지근했다는 말이겠지요.  그러나 저는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나이의 사람들은 자유보다는 오히려 억압과 복종에 익숙한 삶을 살아왔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젊은이들은 그런 환경보다는 오히려 자유와 개성에 더 익숙하겠지요.  그 정점은 역시 참여정부 시절이었구요.

 

민주주의의 기반인 자유와 평화를 누려본 사람들은 억압과 복종을 결코 참아내지 못하는 법이지요.  저처럼 그나마 나이 든 사람들은 억압적인 환경을 여러 번 경험했던지라 지금 그런 환경에 다시 처한다고 할지라도 적당히 견딜 수 있겠지만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어디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 참여정부가 잘했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자유의 가치를 심어준 노무현 대통령의 위대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도 일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과오도 많았겠지요.  그러나 다음 세대의 주인이 될 젊은이들에게 자유의 가치를 심어준 것은 그의 위대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정의에 기반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저와 다른 의견이 있는 분들은 오히려 공권력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도 분명 있을 겁니다.  현 정부를 책임지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구요.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히틀러나 뭇솔리니도 자신의 행동이 틀리다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곧 전체주의에 다름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과 그것을 모두 수용할 때 가능한 제도입니다.  불협화음과 시끄러움이 오히려 당연한 것이지요.

 

영화 '변호인'이 흥행몰이를 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의 현실이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커다란 위협이 엄습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자유를 향유했던 사람들은 억압과 굴종의 시대를 결코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현 정부의 성공 여부는 그것에 달려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하고, 더 많은 대화를 시도하는 것 그것이 정답일 듯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