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Free - 자기를 찾아 떠나는 젊음의 세계방랑기
다카하시 아유무 글, 사진, 차수연 옮김 / 동아시아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자신만의 꿈이 있고, '언젠가'라는 타이틀이 붙은 실행의 의지를 낡은 메모지처럼 지니고 다니지만 정작 자신의 꿈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므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명처럼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꿈을 실천에 옮긴 소수의 사람들을 마냥 부럽게 쳐다보곤 한다.  그리고 여러 이유를 들어 그들과 나를 비교하게 마련이다.  대개는 그 소수의 사람과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이나 여건이 다르다는 데 촛점이 맞춰지곤 하지만.  그러나 아무리 많은 변명과 반박의 말을 한들 결과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으며, 심지어는 말하면 말할수록 자신의 모습만 초라해진다는 사실을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이 먼저 알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하릴없이 누군가의 책으로 슬쩍 눈길을 돌리곤 한다.

 

"어릴 적, 자전거를 갖고 나서 온 동네가 내 놀이터였다.

열 여덟, 바이크를 갖고 나서 온 도시가 내 놀이터였다.

지금, 나는 '시간'을 갖고 나서 온 세계를 내 놀이터로 삼으려 한다."    ('playground' 中에서)

 

이 책을 쓴 다카하시 아유무(高橋 步)는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괴짜 시인이자 록 가수이며 사업가라고 한다.  학업에 별 흥미를 못 느껴 명문 대학을 중퇴하고, 갓 스무 살에 온갖 빚을 끌어 대 아메리칸 바 'Rockwells'를 개업해 제법 장사가 잘 되자 이번에는  자서전을 쓰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Sanctuary'(신전, 성당, 거룩한 장소라는 뜻) 출판사를 설립하였고, 자서전을 포함한 몇 권의 책을 발간해 뜻밖에도 큰 호응을 얻어 유명인사가 되자 혼자서 'GREAT JOURNEY'라는 일본열도 전국순회콘서트(트럭을 타고 다니며 아무데서나 열었던 콘서트임)를 감행한 덕에 경찰에 쫓겨다니기도 했다.  26세에 출판사에서 손을 뗀 그는 사야카와 결혼해 약 2년간의 세계일주 여행을 하였고 이 책이 그 여행의 산물로 남았다.

 

책은 여행지에서 그가 찍은 사진과 짧은 단상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책이지만 이상하게도 막혔던 속이 '툭'하고 터지는 느낌이 든다.  저자의 자유로운 생각이 지면 가득 묻어있다가 독자의 동공 속으로 휘리릭 빨려드는 것처럼.  

 

"타인의 법칙에 묶여 있는 사람을 '가축의 돼지'라 한다.

자신의 법칙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쾌락의 돼지'라 한다.

어느 쪽이건, 나는 돼지가 싫다."

 

손수 만든 자신만의 원칙에 따라 살건 아니면 타인이 세운 원칙에 따라 살건 후회는 남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각자의 삶이니 가타부타 평을 할 문제는 전혀 아님에도 우리는 습관처럼 누군가의 삶을 평가하곤 한다.  저자와 같은 사람이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으로 태어났더라면 모르긴 몰라도 수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을 것이다.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때면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가 죽기보다 싫었을 것이다.  그나마 다른 사람의 일에 별 관심이 없는 일본에서 태어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나 할까.

 

"마음이 없는 독지가보다 마음이 있는 바텐더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이 없는 정치가보다 마음이 있는 청소부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이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모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떠돌며,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마음이 있는 일')

 

여행을 하다 보면 아주 작은 일에도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작고 사소한 도움에도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할 때가 있고, 모르는 이의 아픔도 절절이 느껴질 때가 있다.  여행 중에는 일체의 욕심이 개입되지 않기 때문일까?  아무튼 그런 모습에 나조차도 생경함을 느끼곤 하지만, 더불어 나의 내면에 아직도 그런 순수함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여행이 필요한 까닭은 일상에 묻힌 자신의 진면목을 여행지에서만 찾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좁고 뭐든지 있는 장소'에 있을 때는 길을 선택하는 데 필사적이었다.

'넓고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있을 때는 그냥 걷기만 했다.

고르다 지치기보다, 걷다 지쳐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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