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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한승원 지음 / 푸르메 / 2008년 10월
평점 :
사견임을 전제로 할 때 "글쓰기는 자신만의 세상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 세상에 태어난 각각의 사람들은 저마다 지구별의 작은 귀퉁이에 터를 잡고 오직 자신의 세상을 다듬고 가꾸다 세상을 떠난다. 그 한 사람의 존재가 있음으로써 또 하나의 세상이 더해지는 것이다. 이 숭고한 일에 동참했던 수많은 인류가 자신의 시행착오와 공과를 글로 옮겨 적음으로써 우리는 서로 각자이면서 동시에 시공간을 떠나 하나임을 자각하게 된다. 하여,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은 위대하며 그 숙련도를 잣대로 하여 좋은 글, 나쁜 글로 구분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런 종류의 글쓰기 비법을 담은 서적이 꾸준히 출간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세상을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더 멋지게 보일 수 있을까? 하는 각자의 욕심이 이를 부추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파워포인트나 트위터에 익숙한 요즘의 청소년들은 요약문이나 비교적 짧은 글을 더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글쓰기의 본래 목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한 자한 자에 공을 들이고, 밤을 새워 장문의 글을 완성하기도 했었다. 군에서 썼던 연애편지가 그랬고, 교정에 날리는 벚꽃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써내려가던 마음의 편지가 그랬다.
나라고 예외일 리가 없지만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미숙한 글솜씨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힌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처음에 의도했던 생각과는 다르게 주제에서 한참이나 빗나갔다거나, 했던 말을 거듭 반복하여 중언부언하거나, 앞뒤 문맥이 맞지 않아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애면글면 썼던 글들도 한순간 헛수고로 변하고 만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야 겨우 알게 된 것인데 글쓰기에 진척이 없이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경험을 되풀이하는 까닭은 글에서 나의 생각이나, 내가 구축한 나만의 세상을 쓰려고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라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순서로 따지자면 글을 쓰기 이전에 나의 세상을 세우고, 그때그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저자도 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글쓰기는 자신의 삶에 깃든 올곧은 정신과 사유를 글로 옮기는 것이기에 글쓰는 사람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글쓰기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부터 글 쓰는 이의 정신, 글을 쓰는 방법, 글쓰기 실전, 글을 꾸미는 법, 논술 쓰기의 비법 등 총 6장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어떤 일이든 비법이 따로 존재할 리 없다. 그리고 먼저 배운 사람이 딴에는 세세히 일러준다고 하여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는 학창시절 국어책에서 배우고 익힌 방법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이 어떠한지 깊이 관찰하고 틈나는 대로 써보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을 듯하다. 글쓰기 비법을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사유와 글쓰기에 태만한 나의 게으름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누가 써도 마찬가지인 글, 그것은 생명이 없는 글, 죽은 글이다.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내 체험 속에서 찾아낸 이야기를 써야 한다." (P.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