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김어준,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어떻게 그런 사람이 만들어졌을까 하는 생뚱맞은 의심부터 하게 된다.  그의 인생행로와 그 과정에서 정립된 가치관은 일반인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말 한마디에 더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대리만족이요, 억눌렸던 감정의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  나도 그랬다.

이 책을 읽게된 결정적 이유는 그의 말이 모두 '개구라'는 아니라는 데 있었다.
물론 나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지만 (우선 외모부터 맘에 들지 않는다.  텁수룩한 머리털과 콧수염도 그렇고) 그의 쾌도난마식 인생 상담은 극과 극의 평이 이어질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작가 본인은 그런 평에 관심도 두지 않는 쿨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이지만 독자의 관점에서 속 시원함을 느끼기보다는 약간의 위험을 염려하게 된다.

'딴지일보'의 총수이자 자칭 '지식인'이라 주장하는 작가의 생각은 의외로 깊다.
이 책은 작가가 신문에 기고했던 글들을 편집해 모아놓은 책이다.  글은 질문과 답, 인생에 대한 Q & A 형식으로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나(삶에 대한 기본 태도)
  2. 가족(인간에 대한 예의)
  3. 친구(선택의 순간)
  4. 직장(개인과 조직의 갈등)
  5. 연인(사랑의 원리)

모든 사람이 그렇지만 우리는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지나친 욕심이 우리의 선택을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이런 고민들에 대한 해답은 나이가 든다고 하여 명쾌하게 내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소소하고 구태의연한 질문들, 이를테면 학창 시절에는 이성 또는 성적에 대해 고민하고, 직장생활을 할 땐 업무능력에 대해 고민한다.  집에서는 가끔 가족이 부담스럽거나 효를 다하지 못하는 것에 죄스러워한다.  연인 사이에서는 사소한 오해나 제3의 인물의 등장에 따른 고민 등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런 고민들이야 누구나 하는 것이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대답마저 쉬운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이런 고민에 대한 문제 해결의 방식을 교육받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문제 제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저 참고 인내하다 보면 잘 사는 날이 올 것이라고만 배웠다.  아무개의 아들로(또는 딸로) 태어난 이 땅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해진 코스를 따라 의심없이 사는 것만이 최선인 줄 알았다.  그 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개망나니요, 상종 못할 인간이 되고 만다.  하기에 이런 고민들은 가슴에 묻고 오직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우리는 '자기 객관화'에 지극히 서투르다.
작가는 이 점을 맹렬히 파고든다.  그리고 독자에게 권한다.  자신을 물끄러미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라고.  그러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고.
'사람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했던가!  
우리는 내가 누구인 줄도 모른 채 남의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작가는 뒤를 돌아보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인생 700년 사는 거 아닌데, 부모에 대한 기대충족시키고, 애인에 대한 기대충족시키고 주변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먼저 충족시키고 나면, 내 스스로 만족하는 삶은 언제 찾을 것인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라는 말인데 이게 더 어렵다.
철저한 자기 성찰과 자기 인식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까지야 어찌어찌 할 수 있다 치더라도 자신이 살아온 모든 관계의 부정, 또는 타인에게 형성된 나의 이미지의 파괴를 실행할 단계에서는 으레 뒤로 한 발 물러나게 마련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단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내가 오른팔에 그러쥔 떡을 미련없이 놓으려면 그 아니 아깝겠나?

결국 첫 단추가 중요한 것이고, 이미 첫 단추를 잘못 꿴 사람들은 '운명이다' 생각하고 살 수밖에...  어떤 자기비하나 패배의식 없이 현재의 나를 즐기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듯 싶다.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 작가의 답변은 실행이 불가능한, 또는 한참 버거운 것이겠으나 속은 시원하다.  역시 김어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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