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생각을 훔치다 - 박경철 김창완 최범석 용이… 생각의 멘토 18인
동아일보 파워인터뷰팀 지음 / 글담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 누구에게도 인생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끈기가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모두 어떤 능력을 타고났으며 이것은 틀림없이 발휘된다고 믿어야 한다."
세계 최초로 방사성 원소를 발견하여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받았던 마리 퀴리의 말이다.  나는 때때로 이 말을 떠올리곤 한다.  그럴 때마다 각각의 나무가 모여 풍요로운 숲을 이루듯이, 개개인의 삶이 모여 인류 전체를 더 나은 곳으로 인도하리라는 믿음에 확신을 더하게 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오늘로써 중간고사를 모두 마치게 된다.
다니는 학교가 제각각이다 보니 4월 19일부터 시작된 시험이 오늘에서야 끝난다.  장장 3주에 걸친 시험 기간에 당사자인 학생들 고생이야 두말 할 것도 없지만 나 또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퇴근과 동시에 부리나케 숙소로 향했고, 기출문제를 프린트하고 아이들의 시험 일정을 확인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에 고양이 손도 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두 번씩이나 몸살약을 먹었고, 지금도 입안이 헐고 잇몸이 부르터 낫지 않고 있다.

내가 머무는 숙소 주변의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면서 두 번째 맞는 시험이었다.
나는 '무료는 곧 학습 질의 저하'라는 편견을 불식시키고자 노력했었다.  비록 아이들은 형편상 돈을 내지 못하는 처지에 있고, 나도 돈을 바라고 가르치는 입장은 아니지만 최소한 아이들 마음속에는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내 마음만은 그랬다.  그러나 결과가 항상 좋기만 할까.  지난 시험에 비해 월등히 향상된 아이가 있는가 하면, 비슷하거나 변화가 없는 아이도 있고, 오히려 떨어진 아이도 있었다.

시험이 끝난 아이들 표정도 제각각이다.
자신의 예상보다 결과가 좋았던 아이들은 싱글벙글이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어깨가 축 처지고 표정도 어둡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언제까지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내 시간을 쪼개어 가르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매번 시험에 일희일비하는 학생들의 지친 어깨가 나를 힘들게 한다.  시험을 마친 학생들을 따로 모아 각자의 생각을 듣는 시간을 가졌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일이든 '적당히'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 '적당히'라는 말은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독을 품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만들고 결국은 자신의 영혼도 병들게 한다.  비록 몸은 덜 피곤하겠지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었을 때의 기쁨은 결코 맛볼 수 없는 법이지.  결국 공부도, 어떤 다른 일에서도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것을 뛰어 넘었을 때에만 기쁨은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 기쁨을 한번 맛보면 어떤 고난도 즐겁게 받아들일만큼 중독성이 강하단다.  남들이 보기에는 저렇게 힘든 일을 왜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일도 정작 당사자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고난을 감수할 수 있는 거란다."  

내일은 매년 찾아오는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는 말이 하루뿐인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18인의 명사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어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 지난한 과정을 견디게 하는 것도 결국은 자신의 한계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고, 그 작은 성취가 주는 더할 수 없는 기쁨과 그로 인한 자신의 역량이 조금씩 확장되는 부수적 결과의 집합체가 한 명의 거장을 탄생시키는 것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고단한 삶을 기쁨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거장의 탄생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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