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천형과 같은 일인 듯하다. 세상에 쉬운 직업이 어디 있겠나만은 하루 스물네 시간 꿈속에서도 좋은 글귀를 생각해야 하는 그 고단한 일이 어찌 항상 좋기만 하랴. 더구나 보이지 않는 생각과 마음속의 것들을 눈에 보이듯 글로 풀어낸다는 것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도 글로 옮기는 데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가. 혹자는 ’먹고 하는 일이 글 쓰는 일인데 그마저도 못한다면 어찌 살겠나?’하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으나 아무리 직업으로 글을 쓴다 한들 그 일이 항상 쉽기만 할까. 내가 이외수의 글을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90년대초쯤이 아닐까 싶다. 시인 천상병, 걸레스님으로 불리던 중광 스님 그리고 작가 이외수는 그 당시에 그들의 예술성보다는 기이한 행동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로 더 많이 알려졌었다. 나도 다르지 않아 작가 이외수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의 글을 읽게 되었다. <벽오금학도> 한 권만 읽으려던 것이 <들개>, <칼> 등으로 이어졌고, 독특한 문체와 상상력은 묘한 매력으로 내 마음을 잡아끌었다. 그야말로 가슴에 시퍼런 칼날을 품은듯, 그의 글에서는 세상을 향한 서늘한 분노가 서려있는 듯했다. 언제부턴가 그의 글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하악 하악>, <아불류 시불류>등은 그의 습작 노트를 옮겨놓은 것처럼 그때그때 떠오른 단상을 책으로 엮은 듯하다. 작가도 유행을 따르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의 글은 이제 군더더기를 뺀 단촐한 모습이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명언과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일화에 더하여 그의 기발한 착상과 안으로 갈무리한 짧은 구절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제 독자들은 그의 촌철살인에 감탄을 자아내는 듯하다. ’이외수식 글쓰기’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소통의 달인’으로 불리는 작가 이외수는 트위터에서 그를 팔로하는 사람이 무려 66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는 여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청춘의 삶을 살고 있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미련이 그로 하여금 지금껏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젊음을 색깔로 표현하면 초록이다. 그러나 갈색이나 똥색인 젊음도 있다. 희망을 상실한 젊음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라. 한평생 어둠만 지속되는 인생은 없다. 다만 지금은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하자." (P.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