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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교양하라 -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의 가로질러 세상보기
이원복.박세현 지음 / 알마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딱히 만화 매니아가 아닐지라도 누구나 만화에 얽힌 추억 한두 개쯤은 있을 것이다.
흔하디 흔한 것이 만화책이고 무엇보다 값이 저렴하다는 이유와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만화에 빠져들게 하는 계기가 되겠지만 그것은 또한 만화를 저급문화로 치부하게 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내게도 그랬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만화방을 처음으로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무렵이었다.
당시에는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던 흑백TV를 마음놓고 볼 수 있는가 하면,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권수를 조절할 수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은 놀이터가 없었다.
그때는 프로 레슬링과 복싱에 너나 가릴 것 없이 빠져들었던 시절이었고, 타잔과 일본 만화영화는 아이들에게 놓칠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만화방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흐릿한 조명이 비치는 어두침침한 분위기와 어른들이 수시로 피워대는 담배연기, 그리고 연탄난로의 매캐한 유독성 연기와 낡고 닳아 헤진 소파,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쓴 격자형 유리 미닫이문 등 어느 것 하나 변변한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만화 삼매경에 빠져들었고, 그마저도 시큰둥해지면 연탄불에 쫀드기를 구워 먹었다.  그때 읽었던 만화책의 작가 두어 명의 이름을 지금도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기억의 한 부분으로 선명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봉성, 고행석, 이현세 등등...  그때를 생각하면 시큼한 위액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왔다가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그렇게 좋아하던 만화가 점차 시들해졌다.
곁에 있으면 그저 한두 권 읽는 수준에서 언제부턴가 그마저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만화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내가 다시 만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아들 녀석의 입을 통해서였다.  방과후에 다니는 논술학원에서 작가에게 편지 쓰는 시간이 있었단다.  한 친구가 이원복 교수에게 편지를 썼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편지에 남겼었는데, 한동안 까맣게 잊고 지내던 어느 일요일 아침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단다.  전화를 건 상대방이 이원복 교수라고 신분을 밝혔음에도 그 친구는 장난전화이겠거니 하고 대꾸도 없이 끊어버렸다고 했다.  아들은 내게 그 얘기를 들려주며 제 일인 양 못내 아쉬워 했다.

나는 사실 이원복 교수를 알지도 못했고, 만화 작가라는 아들의 말에 그다지 큰 관심도 드러내지 않았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한 치과병원의 대기실에서 <먼나라 이웃나라>를 보았고, 그 책의 작가가 이원복 교수임을 알게 되었다.  책의 내용이야 별 게 없었지만, 1500만 부 이상이 팔렸다는 사실에 나는 그저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를 다룬 교양만화이니 아이들이 만화를 본다고 뭐라 할 일은 아니지만 책을 안 읽는 아이에게 만화라는 미끼를 던져서라도 역사 교육을 시키고 싶었던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판매를 부추긴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박세현 작가와 이원복 교수의 대담 형식으로 기술된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에 대한 이야기와 이원복 교수에 대한 박세현 작가의 평이 실린 이 책으로 그동안 가까이 하지 않았던 만화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들도 나처럼 만화보다는 책을 즐기니 언제 만화를 내돈 주고 살 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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