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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 -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그 두 번째 이야기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는 듯하다.
예전에는 작은 실패의 경험에도 세상을 향한 분노와 나 자신에 대한 한탄을 억제하지 못했었고, 믿지도 않던 신을 향해 분풀이 하듯 거친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실패의 경험을 오히려 감사하고 있다.
빈말이 아닌 진심으로 신에게 감사한다. 내가 충분히 견밀만한 높이에서 떨어뜨린 것도 고맙고, 죽음이라는 최후의 추락에 대비하여 미리 연습을 통해 준비하라는 신의 배려와 그 자비로움에 더욱 감사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더 높은 곳에 올랐다가 떨어졌더라면 그 충격을 결코 견디지 못했을 텐데 하는 안도감이 들곤 하는 것이다. 나의 욕심으로 본다면 끝없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했을텐데 사랑이 많은 신의 손길은 늘 그곳에서 멈추게 했다.
이것은 내가 즐겨 보는 높이뛰기나 장대높이뛰기 종목과 비슷하다.
나는 육상경기를 즐겨 보는 것은 아니지만 TV에서 높이뛰기나 장대높이뛰기를 중계하면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 종목의 매니아라고 말할 정도로 경기 규칙이나 출전 선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언제부터 이 종목의 경기를 즐겨 보게 되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우리네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구나’하고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는 까닭이 있다.
삶에서 가장 깊은 수렁으로 추락하는 것이 ’죽음’이라고 본다면(죽음을 딱히 삶의 영역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추락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30만 독자의 마음속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되돌아보게 한 베스트셀러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저자 오츠 슈이치의 두 번째 이야기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저자는 호스피스 전문의라는 조금은 독특한 직업을 가진 이로, 그는 현재 도쿄 마츠바라 얼번클리닉과 도호대 의료센터 오모리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말기 환자를 돌보고 있다. 아울러 저술, 강연 활동을 통해 완화의료와 생과 사의 문제 등 존엄한 죽음을 함께 생각하는 장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작가는 이 책에서 호스피스 전문의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언행을 책으로 묶어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저자는 여자의 몸으로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오직 자신만의 고유한 빛을 발견했던 사람, 행복한 언어를 남기고 떠난 사람, 낮춤의 언어를 남기고 사람, 교만했던 젊은 날을 뒤로 하고 이제는 낮춤의 자세로 인생을 바라본 사람, 마지막 순간까지 묵묵히 타인을 돕는 데서 기쁨을 찾았던 사람 등 마지막 길을 떠나는 ‘열한 사람’을 보면서 ‘참 아름다웠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마지막 열두 번째 이야기를 빈 페이지로 남겨 놓았다. 책의 제목과 다르게, 열한 사람만 나오는 이유는 뭘까. 작가의 실수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에필로그에서 그는 ‘열두 번째 감동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앞에 등장한 열한 사람처럼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남겨줄 수 있는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 않겠는가.
살아가는 동안에 우리는 실패를 통하여 `작은 죽음'을 여러번 경험한다.
나는 이러한 실패가 나약한 인간이 죽음에 이르러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고자 신께서 미리 안배한 무한 사랑의 징표로 인식하고 있다.
인간을 끝없이 사랑하는 신의 섭리에 나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사랑 속에서 평화로운 죽음을 맞을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