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밥상머리 교육의 비밀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리더스북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음식을 먹는다는 것’과  ’식구(食口)’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어찌 보면 일상에서 가장 흔하디 흔한 식사의 행위와 그 환경이 가장 훌륭한 교육의 장(場)이라니!  나는 책을 읽으며 ’아차!’ 싶었다.
채근담에서 이르듯이 진리는 언제나 평범함 속에 있고 쉬운 일일수록 정성을 다해야 함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여건상 하나있는 아들 녀석과 밥을 같이 먹는 경우는 주말 이틀이 고작이다.
이러한 까닭에 밥은커녕 하루에 한번 전화하는 것도 가끔 잊을 때가 있다.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는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내와 아들의 밥상머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처럼 내가 지키지 못하는 아들의 밥상머리를 다른 누군가에게 위임한 처지임에도 이 책이 눈에 띈 것은 역설적이게도 ’나도 이만큼 아들의 교육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항변의 의미가 컸다.  

어려서부터 아토피를 앓았던 아들 녀석은 우리 부부에게, 특히 아내에게는 커다란 짐이었고 먹거리 하나하나가  스트레스였다.  자주 들르는 소아과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쥐어 주는 사탕도 아들 녀석은 그것이 달고 맛있는 먹거리임을 알지 못할 정도였으니 오죽했을까. 
가끔 아들과 산에 오를 때에도 지나치는 등산객들이 귀엽다며 건네주는 초콜릿을 받아 든 아들 녀석은 선뜻 먹는 법이 없고, 망설이며 내 눈치를 보다가 먹어도 되냐 묻곤 했었다.
지금도 아들 녀석은 자신이 판단하여 안좋다 싶은 것은 스스로 절제하곤 한다.
아내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지금은 건성 피부를 가진 일반인과 비슷할 정도로 좋아졌지만 좋아하는 것을 맘껏 먹지 못했던 아들에게 식사는 그닥 유쾌한 행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주말에 아들과 식사를 할 때면 쉴 새 없이 종알대는 아들의 목소리가 나는 그저 즐겁다.

이 책은   Part 1 인생 최고의 교실 밥상머리, Part 2 뇌를 키우는 밥상 대화의 모든 것, Part 3 성공적인 가족식사의 7가지 열쇠 - 실전편, Part 4 잃어버린 밥상머리 되찾기 4주 프로젝트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렇겠지만, 온가족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식사하는 것이 아무리 교육 효과가 좋고 아이들의 정신적, 육체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할지라도 정작 그 시간을 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막상 모두 모여 식사를 할 때에도 서로간의 대화는 생각처럼 술술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족식사가 아이의 정서 안정과 삶의 만족감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정서 안정은 아이들의 성적에도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전국 중고등학교 100개 학교의 전교 1등 학생들과 중간성적의 학생들을 비교해보면 1등 학생의 주당 가족식사 횟수가 월등히 높다.  1등 학생 중, 가족식사가 없는 경우는 중간성적 학생의 1/4 수준으로 적었고, 주당 6~10회 이상인 경우가 무려 73%에 이르렀다." (P.142)

이러한 결과를 수치로 확인하지 않는다 해도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하루 일과를 궁금해 하고, 고민을 털어놓고, 아이의 미래를 응원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가족의 사랑을 몸으로 느끼고, 서로간에 믿음을 공고히 할 것임을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현재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실상을 보면 그 아이들이 그런 환경에서도 공부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경제적 여건상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가 하면 ,외부모 가정의 아이도 있으니 가족식사는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다.  혼자 먹는 밥이 즐거울리 만무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그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함이었다.  내가 비록 식사를 같이 할 수는 없지만 식사 중에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런 이야기를 그들 부모의 귀를 대신하여 내가 들어줄 수는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아이들은 식사와 더불어 가족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변한 것이 있다면 아들과의 전화 내용이 그것이다.  그저 하루 일과를 보고받는 형식에서 이제는 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나 궁금한 점을 때로는 묻기도 하고,  정성을 다해 아들의 말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내 아들과 전화를 하듯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의 말을 정성껏 들어주고 싶다.
비록 사랑이 부족하고, 무뚝뚝한 사람이지만 그들을 위해 기꺼이 변하겠다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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