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시각이었다.
퇴근 후에 나의 숙소로 찾아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로부터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아들을 맡아서 가르쳐 줄 수 없느냐며 상담을 하러 방문해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괜찮다며 방문을 허락했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곱게 차려입은 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달리 대접할 것이 마땅치 않았던 나는 물 한 잔을 따라 건네주며 학생의 신상을 물었다.  아이들에게는 상담하는 동안 잠시 자습을 하라고 일렀다.  그러나  아주머니의 대답은 나의 예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 아주머니가 원했던 것은 무료로 여러 명의 아이들과 같이 배우는 것이 아닌, 돈을 줄테니 자신의 아이만 따로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나의 사정을 말하며 시간도 부족하고, 나의 지식도 부족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내 여건상 그분의 아이만 거절하는 것 아닌가 하는 미안함에 말이 더 길어졌는지도 모른다.  아주머니는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내다가 급기야는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을 그만두게 하고 자신의 아이만 가르치면 육체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내뱉었다.
결코 아이들이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본의 아니게 나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하여 들려준 것이었다.  나는 너무 당황하여 제발 돌아가 주십사고 사정했다.  그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이었는지 나가면서까지 이렇게 개인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불법이 아니냐며 험한 말을 하셨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 탓이었을까?
나와 같은 아마추어 초보강사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니...
우리는 가끔 자신이 누리는 것에 대한 감사보다는 남이 들고 있는 작은 것을 욕심내는 경우가 더 많은 듯싶다.  몹시 불안한 눈길로 "이제 우리는 더 배울 수 없는 것 아닌가요?" 하고 묻던 아이들의 힘없는 목소리가 지금도 쟁쟁하다.
  
2011년을 하루 앞둔 오늘.
오전에는 그동안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미처 전하지 못했던 감사의 글을 쓰며 보냈다.
나 자신도 어쩌면 어제의 그분처럼 내가 누리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보다는 남의 것에 대한 욕심만 부리며 1년을 보낸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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