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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 쫄리 신부의 아프리카 이야기
이태석 지음 / 생활성서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외부인의 도움이 절실한 아프리카나 히말라야 오지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성직자나 NGO 봉사대원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접할 때면 그들로 하여금 그곳으로 이끌었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곤 한다.
자신과 가족들을 돌보기에도 힘에 부쳐하는 나와 같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들은 먼 나라의 이야기이거나 다른 행성인처럼 비쳐지기 때문이다.
종교적 사명감이나 인류의 보편적 양심만으로는 무언가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와 내 주변에만 집착하는 나의 편협함은 외부 영역으로 향하는 사랑의 힘에 늘 낯설고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결국, 경험하지 못하면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겉도는 느낌 또는 나와 상관없는 그들만의 삶으로 존재할 것이다.
이 책은 살레시오회 사제이자 의사로 아프리카 수단 남부의 톤즈라는 작은 마을에서 교육과 의료봉사를 하는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이다.
섭씨 45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기후, 채소와 기본적으로 필요한 식료품들이 많이 부족한 열악한 환경, 피부 색깔만 다른 것이 아니라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들,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은 악조건 속에서 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히 그리고 있다.
전쟁과 가난으로 상처를 받은 아이들을 어루만지고 치료하기 위해 음악을 가르치고, 콜레라와 말라리아 등 각종 전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는가 하면 아프리카 대지만큼 매마른 주민들의 황폐한 가슴을 적셔주고 어루만지는 일이 육체적으로 견디기 힘들었을텐데 신부님의 글은 늘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끝을 맺고 있다.
"세상을 46년 동안이나 살면서 나와 너의 만남은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엄숙한 순간이라는 것을 왜 깨닫지 못했나 싶어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가 매일 수도 없이 가지는 만남들,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엄숙한 순간들이기에 큰 잔치를 벌여도 부족할 판인데 왜 그렇게 과장하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비방하여 가치 없는 순간으로 전락시켜 버리게 되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P.97)
반세기 동안이나 계속된 전쟁통에서 그곳의 사람들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에도 큰 상처를 안고 산다. 그럼에도 따뜻한 인간애와 순수한 영혼이 살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한국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이웃을 보살폈던 우리 부모님 세대를 생각할 때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우리는 얼마나 영혼이 병들어 가고 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을 모두 일반 국민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통렬히 반성하여야 할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작금의 정치 지도자들이 아닐까? 금관가야의 구형왕은 많은 백성이 화를 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나라를 스스로 신라의 법흥왕에게 양위하였다 한다.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백성을 끔찍이 사랑하였던 옛 선조의 모습은 우리를 숙연케 한다.
"전쟁은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 전쟁으로 희생되는 많은 아이들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도덕적 관념의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은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 아니 목숨 걸고 반대해야 한다. 전쟁을 막을 수만 있다면 지구 끝까지 가서라도 밀어붙이며 반대해야 한다. 인간 생명의 고귀함을 모르는 ’무식이’는 분명히 유죄다." (P.213)
나는 얼마 전에 있었던 연평도 사태와 남북의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고한 국민들 목숨을 담보로 치킨게임을 벌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무엇을 위하여?’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자신들의 정권 유지나 어떤 이념을 위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면 그들은 분명 유죄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의 어느 외딴 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거두지 않는 그들에게 나는 여전히 방관자의 입장이지만 신부님의 책을 읽으며 그 마음 하나를 소중한 교훈으로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