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에크낫 이스워런 지음, 박웅희 옮김 / 바움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머리 속으로만 알고 지내던 지식을 어느 날 갑자기, 마치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확연히 깨달을 때가 있다.  
좋은 책을 만나거나 누군가와 대화 도중에 듣게 된 우연한 말 한마디가 생명이 없이 묻혀 있던 지식을 한 귀절의 글, 또는 한마디의 말을 매개로 살아 숨쉬는 지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것은 시간과 대상의 절묘한 조화, 나와 언어의 알 수 없는 교감으로 가능한 것인데, 이른바 ’궁합이 맞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어쩌면 그 대상은 명저서나 명강사가 아니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 책은 내게 그런 대상이었다. 
늘 무엇엔가 쫓기는 듯 살아온 나는 온전히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는 조급함,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허겁지겁 사는 것이 거의 습관으로 굳어졌었다.
이러한 습관은 나의 인간관계나 삶 전반에 있어 치명적인 악요소로 작용해 왔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음으로써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모든 면에서 속도전에 내몰리는 현대사회의 구조 속에서 어쩌면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그런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어떤 피해를 입고, 어떤 장애를 경험하게 되는지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결국 ’바쁘다’는 사실에 대해 ’무엇때문에’ 또는 ’왜?’라는 질문은 현대사회의 틀 속에서 금기시되었고, 반박의 여지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우리 사회는 중요하거나 하찮은 갖가지 방식으로 우리에게 더 빨리, 더 빠리, 더 빨리 가도록 압박합니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하루를 설계하고 정신을 집중해서 지나친 압력을 가하지 않는 느리고 고른 속도로 우리 일을 행함으로써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 우리는 되도록 빨리 평소의 침착하고 신중한 속도를 회복해야 합니다." (P.78)

저자는 이 책에서 삶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 더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 현재에 사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에  ’블루마운틴 명상센터’를 설립했던 저자의 생각은 인도의 문화와 미국의 문화를 서로 비교하고 어느 것이 더 좋다는 단순 평가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컴퓨터나 그밖의 현대적 이기(利器)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비심, 친절, 호의, 용서 등이야말로 진정한 생활필수품이라는 것입니다.  진정한 인간 존재로 사는 데 필수적인 것은 이런 미덕들입니다.  그리고 이 분야야말로 우리 시대가 크게 뒤쳐져 있는 부분입니다." (P.208)

저자가 제안하는 효율적인 삶을 위한 8단계 프로그램을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1.늦추기  
   하루를 일찍 시작할 것, 자신이 빨라지려는 것이 느껴질 때마다 만트람을 외울 것, TV 시청 시간을 줄이고 인간관계를 함양할 것, 느림을 나태와 혼동하지 말 것.
2.주의 집중 
   한 번에 둘 이상의 일을 하지 말 것. 어떤 활동이 사소해 보이더라도 마음을 훈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3.감각 기르기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견해나 취향에서 벗어날 것.  과거나 미래에 사로잡히지 말고 몸에 좋은 먹거리를 선택하 듯 마음을 위해 읽고 보는 것을 신중하게 선택할 것.
4.남을 먼저 생각하기
   자기만의 욕구, 자기만의 바람, 자기만의 계획, 자기만의 생각에 골몰하지 말 것.서로 경쟁하지 말고 서로를 완성하는 길을 찾을 것.
5.영적 교제
   함께 있으면 자신이 향상되는 사람들과 항상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 것.
6.영적 독서
  
매일 30분 정도 할애해 성구(聖句)나 종교에 상관없이 위대한 신비가들의 글을 읽을 것.
7.만트람 외기
  
만트람, 즉 ’성스러운 이름’(예를 들면 ’라마 라마’나 ’아베 마리아’ 등)을 조용히 반복하여 외울 것.
8.명상
  
매일 아침 되도록 이른 시간에 30분 동안 명상할 것.

생애분석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마음과 마음 사이의 거친 반목과 오해 그리고 공격의 근원을 그가 고안한 <그림자>라는 개념을 통해서 이해하며 설명하고 있다. 
그림자는 나의 어두운 면이다. 그래서 의식화 하기 어렵다. 그러나 엄연히 나의 의식 기저에
존재하며, 나를 사로잡는다. 나를 사로잡는 방식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그림자의 투사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이처럼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긴 시간을 두고 본다면 그림자를 표면에 내놓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특수한 상황에서 그림자는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친구를 시험해 보기를 원한다면 그와 함께 만취하도록 술을 마셔보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한 마리의 짐승을 보게 될 것입니다."
  (칼 구스타프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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