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나는 제일 걱정거리가 먹는 문제이다.
매 끼니를 사먹는 것도 그렇고 손수 만들어 먹기도 그렇고 난감한 경우가 많다.  더구나 어려서 가정을 배우지도 않았던 나는 차라리 기술은 쉽다 느끼지만 요리에는 영 잼병이다.
나의 아내가 이 글을 읽는다면 궁상떤다고 따박이 심할 것이다.
학창 시절에 하는 자취 생활도 아니고 중년의 나이에 자취를 한다는 것은 그리 낭만적이지도,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자유롭지도 않다.
더구나 육식이나 술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오늘은 조금의 여유가 생겨 동네 마트에 들러 장을 보았다.
장을 본다는 것이 거창하거나 푸짐한 것이 아니어서 몇 끼를 해결하고자 하는 절박한 수준에 그친다.  가까운 음식점에서 시켜 먹지 않는 대개의 경우 마른 반찬에 밥 한 공기가 전부이지만, 오늘 같이 시간이 좀 날 때에는 집에서 만든 국이나 찌개 종류가 은근히 땡긴다.  찌개라야 그 종류도 한정되어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청국장찌개가 다이지만 이것도 생각보다 시간이나 노력이 많이 드는지라 밥상에 그리 자주 올리지는 못한다.  찌개의 종류를 결정하는 것은 그때그때의 주머니 사정이나 마트에 진열된 식재료의 가격에 따르는 편이고 보면 조금은 처량맞은 생각도 든다.  오늘은 순두부와 순두부 양념을 같이 묶어 비교적 저렴하게 내놓은 것이 있어서 두말 없이 순두부로 결정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유효기간이 짧다는 데 문제가 있다.  괜히 욕심만 앞서서 여러 개를 구입하면 못 먹고 버리기 쉽상이다.
자취를 하는 대부분의 귀차니스트들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가 칼슘이나 비타민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찌개나 국에 필수적으로 야채나 버섯류를 넣곤 한다.
이 때 야채는 그날그날의 시세에 따라 선택한다.  요즘의 야채 가격이 그야말로 금값 아니겠는가.  오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비름나물. 더구나 귀동냥으로 들었던 바로는 이것이 비타민의 보고라고 하지 않던가.  평상시 마른 반찬으로 돌나물을 즐겨 먹는데 이는 요리가 더없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돌나물을 잘 씻어 마트에서 파는 초장을 뿌려 먹으면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평소에는 순두부찌개에 달래나 냉이를 넣었었는데 가격이 꽤나 올랐기에 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비름나물을 고른 것이 문제였다.  감자와 순두부 양념을 넣고 '황소고집'이라는 상표명이 붙은 팽이버섯과 비름나물을 첨가하여 완성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그 맛은 내 예상과는 달리 독특한 수준을 넘어 이상한 맛의 단계로 치닫고 있었다.
어렸을 때 먹던 비름나물 무침의 맛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국물에 들어간 비름나물은 다른 양념이나 식재료의 맛과 향을 다 장악하고도 남을 정도로 그 향이 강했다.  이 일을 어찌할꼬?  그 양이 적기나 한가.  나는 몇 끼는 먹을 만한 찌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어찌어찌 먹었지만 버릴 수도 없고......
귀찮더라도 그냥 무침을 했어야 하는 건데 낭패를 보았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지금도 방안 가득 비름나물 향기가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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