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의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는 다른 두 변을 각각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의 합과 같다."
이것은 다름 아닌 중학교 수학과정에 나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이다.
a2 + b2 = c2 이라는 공식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이 명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하여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 영국의 주식 중매인이자 아마추어 수학가인 페리갈, 인도의 수학자 바스카라, 심지어 미국의 대통령 가필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증명에 성공하였고 지금까지 360여 가지의 증명 방법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동일한 문제에 대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방법으로 증명하고자 했던 위의 사례는 어쩌면 우리의 삶과 비슷할지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 대하여 우리는 저마다의 시각으로 답을 구하고 그에 이르는 과정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증명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곧 삶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저자인 하페 케르켈링은 독일의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MC로서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누렸으나 자신의 몸을 혹사시켜 청력약화와 담낭제거 수술을 겪게된 후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지난 날의 삶을 반성하고 사고의 전환을 위한 계기로 삼고자 야고보 순례의 길에 들어섰노라 밝히고 있다.
프랑스 생 장 피드포르에서부터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km의 이 험난한 순례길은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 사도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다 한다.
'카우치 포테이토'(움직이기 싫어하는 게으른 사람)였던 작가가 11킬로그램의 배낭을 지고 순례자용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걷는다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은 여정이었으리라. 인기스타였던 그가 땀과 먼지에 절은 모습으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일정을 묵묵히 소화한다는 것은 순례의 육체적 고통보다 더 견디기 힘든 일이 아니었을까? 작가는 순례 도중 만났던 세계 각지의 수많은 순례자들과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을 자신의 노트에 기록하며 산티아고에 닿았다.
비록 단 한 차례도 레퓨지오(순례자용 숙소)에서 묵지 않고 때로는 여관에서, 때로는 호텔에서 잠자리를 해결했으며,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는 기차나 차를 타고 이동했지만 자신이 소유한 부와 명예를 접어두고 오직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던 그의 선택은 참으로 훌륭했다.
우리는 어쩌면 극한의 결핍이나 고난에 처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자신의 내면을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모든 근원적인 물음의 답을 찾아가는 길은 자신의 내면, 우리 모두의 '마음'으로 통하는 것이 아닐까?
2001년 6월 9일부터 7월 20일까지 42일간의 그의 야고보길 여행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증명하는 그 과정과 너무나 흡사하다.
우리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진리는 a2 + b2 = c2 에서 보듯이 그리 장엄하지도, 경이롭지도 않다. 우리네 삶도 이와 같아서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에 이르게 되면 커다란 감흥은 금새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증명하여 결론에 이르듯이 한발한발 내딛는 우리네 발걸음이 근원적인 물음의 답으로 인도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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