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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글이란 전하는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또한 행복에 이르는 방법에 있어서도 같은듯 차이가 있다.
그륀 신부님은 인간 관계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영혼을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고 그 치유에 집중하는 반면, 법정 스님은 마음가짐과 실천에 있어 엄격함을 강조한다.
어쩌면 두 분이 믿는 종교의 뿌리가 서로 다른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기독교가 사람에서 비롯된 종교라면 불교는 자연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이다.
사람이란 본시 실수가 잦고 언제든 예외가 인정되지만, 자연의 세게에서 예외란 없다. 겨울이 가면 반드시 봄이 오듯이 자연은 그렇게 필연적이다. 이 순환에 예외란 결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의 말씀 하나하나는 서릿발이다.
인간의 마음이란 미묘하기 짝이 없다.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여유조차 없다.
그런 마음을 돌이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라고
옛사람들은 말한 것이다.(P.71)
스님은 소유와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 지라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으라 말씀하신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은 오직 침묵 속에서 듣는 우주의 언어, 자기 존재의 자각에서 오는 것이니 순간순간을 다른 것에 의존하지 말고 오직 나의 등뼈에 의지하여 나답게 살아가라 하신다. 내 삶의 잔고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며 욕망을 채우는 삶이 아닌 의미를 채우는 삶을 살아가라 하신다.
살 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삶에 철저할 때는 털끝만치도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일단 죽게 되면 조금도 삶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 된다.
사는 것도 내 자신의 일이고
죽음 또한 내 자신의 일이니
살 때는 철저히 살고
죽을 때 또한 철저히 죽을 수 있어야 한다.(P.134)
사바세계는 고해라 했으니 서러워할 것도, 미워할 것도, 분노할 것도 없이 지금 살아 있는 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살 것이며, 인내하며 변화하는 모든 것에 순응하라 말씀하신다. 소유와 집착에서 벗어나면 텅 비어 있기 때문에 가득 찼을 때보다도 오히려 더충만하다 하신다.
사람의 손이 빚어낸 문명은 직선이다.
그러나 본래 자연은 곡선이다.
인생의 길도 곡선이다.
끝이 빤히 내다보인다면 무슨 살맛이 나겠는가.
모르기 때문에 살맛이 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곡선의 묘미이다.(P.196)
행복은 단순함에 있으니 조촐한 삶과 드높은 정신을 지니고, 육체보다는 오히려 정신의 무게가, 정신의 투명도가 어떤가에 관심을 두라 하신다. 생명을 존중하고 모든 집착에서 벗어난 그 단순한 충만감을 느낄 때 그것이 극락이라 말씀하신다.
우리 앞에는 항상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놓여 있다.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오르막길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 길은 인간의 길이고 꼭대기에 이르는 길이다.
내리막길은 쉽고 편리하지만
그 길은 짐승의 길이고 수렁으로 떨어지는 길이다.(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