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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ㅣ 사계절 1318 문고 1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유혜자 옮김 / 사계절 / 2006년 10월
평점 :
이 책은 1950년대 초 전후 독일의 한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열네 살의 사춘기 소녀 할링카의 이야기이다.
어린 나이에 엄마에게 학대를 받아 요양원을 거쳐 보육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 할링카는 어린아이들만 있던 힐데가르디스 보육원을 떠나 기숙사와 학교가 있는 지금의 보육원으로 오게 되었다.
저마다의 아픔을 갖고 이곳에 오게 된 아이들은 더이상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의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을 지키며 생활한다. 자신의 비밀 상자를 껴안고 사는 곱사등 도로테아, 조금 일찍 성에 눈뜬 로제마리, 두 사람 이상이 함께 하는 일은 무조건 싫어하는 키 작은 유타, 생각없이 말하는 잉에, 잠들기 전에 늘 우는 레나테, 힐데가르디스 보육원에서 같이 지낸 주잔네, 못난이 인형을 갖고 노는 냉소적이고 지적인 엘리자벳, 그리고 폴란드에서 엄마와 로우 이모와 함께 독일로 건너온 유태인 할링카.
주인공 소녀 할링카는 미군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로우 이모와 함께 살게 될 날을 기다리며 힘든 기숙사 생활을 견디고 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좋아하는 할링카는 혼자만의 공상 속에서 외로움을 잊는다. 작업실에 딸린 창고에 자신만의 비밀 공간을 마련하고 모두 잠든 밤에는 그 비밀 장소에서 촛불을 켜고 자신의 생각을 비밀 일기에 적어 놓거나 상상을 하곤 한다.
이야기는 '어머니 쉼터' 건립을 위한 기금 모금을 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수업을 마치고 이틀간에 걸쳐 모금을 하게 되는데 가장 많은 액수의 모금을 한 학생에게는 상이 주어진다는 우어반 사감의 말에 할링카와 같은 방을 쓰는 엘리자벳이 모금 운동에 나선다. 눈 밑에 숯검정을 칠하여 조금 불쌍해 보이도록 잔꾀를 쓴 할링카는 많은 기부금을 모았을뿐 아니라 그 덕분에 소시지도 얻어먹고, 한 아주머니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초콜릿을 받게 된다. 그날 밤 흐느껴 우는 레나테에게 마음이 쓰인 할링카는 자신의 초콜릿을 침대에 누워 흐느끼는 레나테에게 주고, 자신의 비밀 장소로 그녀를 데려간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링카가 생활하는 방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레나테에게 동생과 같은 연민을 느낀 것이다. 할링카는 자신의 모금함에서 로우 이모에게 갈수 있는 차비 10마르크를 몰래 꺼내고 봉인 철사를 본드로 붙여 놓는다. 그 돈을 비밀 장소에 숨기고 모금함을 사감에게 제출한다. 할링카는 로우 이모가 몸이 아파 일을 못했던 탓에 몇 주째 로우 이모를 만나러 가지 못하고 마음이 울적하던 어느 휴일, 죄수의 딸이라며 레나테를 놀리는 엘리자벳의 말에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그동안 할링카는 친구에게 맞아도 꾹 참으며 세상과 맞서왔던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본래 그렇다고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길들여 왔었다. 세상을 향해 닫았던 문이 분노로 인하여 열려진 것이다. 할링카는 자신보다 덩치가 큰 엘리자벳과 싸워 주먹을 날리고, 할퀴고 물어뜯으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신에게 놀란다. 그렇게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를 통하여 레나테를 친구로 받아들인다. 모금 운동에서 1등을 한 할링카는 우어반 사감, 레만 부인 그리고 그녀의 아들인 볼피와 함께 슈베칭엔 성으로 소풍을 간다. 1등에 대한 상으로 성을 구경하고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드넓은 성의 규모에 놀라고 무엇보다 할링카는 아름다운 여인의 조각상에 매료된다. 그리고 엘리자벳과 싸운 벌로 조리실 당번을 하게 된 할링카는 자신의 일을 돕는 레나테와 조리실의 슈묵 아주머니에게서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된다.
세상과의 고립과 단절, 편견을 버리고 서서히 세상 속으로 향하는 할링카의 이야기는 그녀가 모금함에서 돈을 훔치며 '그리움도 배고픔과 비슷한 것 아닌가요? 내 말이 맞죠. 안 그래요? 그리움은 영혼이 허기진 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독백처럼 흘린 말을 되새기게 한다.
"신은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이자와 함께 대가를 치르게 한다."고 했던 로우 이모의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