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제로 가는 길
제이슨 브라이언 산토스 지음, 김율희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의 리뷰를 쓰는 지금 유튜브에서 떼제의 노래를 찾아 듣고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작은 농촌마을인 떼제를 순례하기 위해 매년 10만여명의 젊은이들이 방문하는 곳.  세계 최초의 개신교 수도회이자 초교파 수도 공동체가 위치한 곳.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귀동냥으로 떼제가 어떤 곳이라는 것을 상식의 차원에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비기독교인이었던 내게 떼제는 먼 나라의 작은 마을에 불과했고, 그들의 생활은 내 일상의 작은 관심거리도 되지 못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떼제 공동체에 대한 나의 관심과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증폭되었다.

1979년부터 떼제의 수사들이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았다는데 그들이 추구하는 화해와 용납은 과연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불행히도 지금 우리 나라의 모습을 보면 개신교는 개신교 나름대로 그 종파에 따라 뿔뿔이 흩어져 서로를 헐뜯고, 카톨릭과 개신교의 오래된 반목은 절대자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신앙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눈에도 믿음에 대한 부정적 모습으로 비춰진다.  교회와 성당이 사랑과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영적 안식처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성경이나 다양한 예배 프로그램을 통하여 사람들을 유혹하고 축재와 치부의 도구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난들 그들에게 달리 변명하고 설득할 말이 있을까.

이 책은 프린스턴 신학대학에서 박사과정에 있던 작가가 떼제 공동체를 방문하여 겪었던 경험, 떼제 공동체의 유래와 구성, 떼제 공동체의 정신 및 가치에 대하여 3부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부록에는 떼제 여행을 위한 어드바이스와 수사들의 종신서약문 그리고 용어설명으로 구성되었다.

스위스에서 개신교 목사였던 아버지와 프랑스 부르고뉴 혈통의 음악을 좋아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아홉 형제의 막내로 태어난 로제는 중학교로 진학하며 자신의 종교와 다른 로마 카톨릭 집안에서 하숙을 하였다.  훗날 로제가 떼제 공동체를 계획했던 까닭이다.  같은 그리스도를 믿으며 서로를 불신하고, 자신들만의 방식을 고집했던 관습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고 그들과 함께 하며, 종파와 인종과 배경을 떠난 화해와 용납, 자유와 평화, 신뢰와 책임을 추구하는 떼제 공동체만의 목표를 향해 로제 수사는 1940년 자신의 외가 근처인 부르고뉴의 작은 마을 떼제에 정착하여 독일 점령지에서 피난온 유태인들을 돌보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떼제 공동체는 하루 세 번의 기도와 노래, 침묵과 노동의 전통을 계승하며 세계 젊은이들에게 복음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떼제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은 체류기간 동안 자신이 할 일을 배정받고, 하루 세 번의 기도에 참석하고, 소그룹 성경모임에 참석한다.

노래와 침묵, 성경봉독으로 이루어지는 떼제의 독특한 예배 방식, 밝은 조명 대신에 개개인의 손에 들려진 촛불, 제단도 없고 벤치형 의자도 없는 교회에서 맨바닥에 앉아 드리는 기도.

떼제 공동체를 이끄는 것은 100여명의 수사와 수녀들과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이다.  젊은이들은 방문자를 안내하고 청소를 하고 식사 준비와 배식 등 떼제 공동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역설적이게도 젊은이들은 노동 속에서 신뢰를, 여러 제약과 규칙 속에서 자유를 느낀다고 말한다.  인종이나 종파, 살아온 배경을 따지지 않고 방문자에게 주어지는 책임은 그들에게 소비지향적인 삶에서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공동체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수사들은 젊은이들을 그저 믿는 것이다.  또한 기도에 참석하고, 지나친 음주가 제한되는 등 제약과 떼제의 규칙 속에서 절은이들은 자신들이 할 일만 하면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다.  자유는 최소한의 제약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떼제 내에 위치한 화해의 교회는 더 많은 젊은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여러 번에 걸쳐 증축되었고, 여름에는 육천여명의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프로그램도, 현란한 설교도 없는 떼제 공동체를 향해 세계의 젊은이들은 왜 끊임없이 모여드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복음을 실천하는 수사들의 모습과 그들에게 동화된 떼제의 방문자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평화를 경험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기독교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세계인이 추구하는 화해와 용납, 자유와 평화, 신뢰와 책임에 대해 말뿐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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