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약간의 설렘과 한 주에 쌓인 피로가 어우러져 흐림도 밝음도 아닌 묘한 표정으로 오전 내내 분주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아침부터 끄물끄물하던 오늘의 날씨를 닮아  있는 듯 기시감이 들게 했던 것입니다. 일상은 그렇게 조금씩의 미세한 변주를 거듭하며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삶을 채워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요즘 피부로 겪는 의료대란으로 인해 공포에 가까운 일상을 조심조심 건너고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에게 '아프지 말아야 한다.', '아프더라도 응급실은 가지 말아야 한다.', '아프려면 낮에 아파야 한다.' 등 지킬 수 없는 약속을 주문처럼 되새기며 예전과 같은 일상이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코로나 시국을 건너면서도 지금과 같은 공포나 두려움은 갖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명과 안전이 오직 자신의 손에 쥐어진 작금의 상황을 맞고 보니 우리의 현실에서 정치가 우리네 일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정치인 하나 잘못 뽑았다고 세상이 뭐 달라지겠어?' 하던 낙관은 온데간데없고 '정치인 한 명 잘못 뽑은 대가가 이렇게 클 줄이야...' 하는 자책과 후회가 가슴을 옥죄는 요즘입니다. 국가 시스템 전반이 무너진 듯한 현실의 하루하루를 힘겹게 건너면서도 어떤 자구책을 달리 마련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항간에는 그런 소문도 있습니다. 부족한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병에 취약한 노인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말하자면 정부가 나서서 현대판 고려장을 부추김으로써 젊은 세대의 부담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 자립도도 높이겠다는 일석이조의 야심찬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의료대란을 일이 년쯤 방치하면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살아서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되겠지요.


며칠 있으면 추석입니다. 명절 연휴가 걱정이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뵙기 위해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부모님으로 인한 험한 꼴이나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24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인 백로. 밤에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흰 이슬이 맺힌다는 절기이지만 한낮 기온은 여전히 한여름처럼 무덥기만 합니다. 건강한 주말 보내시길. 진심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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