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부아가 치미는 일이 어디 한두 번으로 그칠까마는 그중 대다수는 쉽게 잊히거나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되어 나중에는 기억조차 희미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쉽게 부식되는 사소한 일들로 판명된다. 그러나 삶에서 마주하는 어떤 일은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달아나거나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도 한다. 그럴 때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꾹꾹 눌러 참으면서 견디거나 모든 걸 내려놓거나. 인간으로서 겪는 무력감은 바로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할 때다. 자신으로선 어떤 해결책도 내놓을 수 없는 막막한 상황. 그렇다고 자신에게 닥칠 피해를 곁에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할 수도 없는 상황. 운명이라며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극한의 고독은 차라리 죽음을 통해 자유로워지도록 종용한다.
명품백 수수 사건의 조사 실무를 총괄했던 국민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이 정권의 무도함과 잔인함에 치를 떨었다. 최고권력자 일가의 비리를 무마하고 숨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기소되거나, 좌천되거나, 죽음으로 내몰려야 하는가. 고인은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이 '종결'처리된 것과 관련해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해 괴롭다'는 취지로 지인들에게 하소연했다고 한다. 그는 사건을 종결하지 말고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며, 이를 반대하는 상급자와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도 있다. 사건을 '종결'처리한 후 국민들로부터 받게 된 '여사권익위'라는 비아냥과 조롱을 그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인지 현 정부의 인사는 국민 대다수가 생각하는 상식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위원장을 이 나라에서 가장 진실과 거리가 먼 그리고 화해와는 더더욱 거리가 먼 사람을 앉히는가 하면 일제 강점기에 독립을 위해 애쓴 순국 선열들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독립기념관의 관장에는 일제의 조선 강제병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뉴라이트 인사를 임명하기도 하였다. 더구나 공정을 기치로 내세워야 할 방송통신위원장에는 가장 편파적인 인사를 임명하기도 하였다. 이런 결과는 그 밑에서 일하는 소위 '늘공'들을 무척이나 힘들게 할 것은 뻔한 사실, 제2, 제3의 김 국장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올림픽도 이제 막바지, 금메달을 획득한 모 선수가 협회의 부당한 처사와 관행에 대해 반발하면서 대한체육협회 산하 모든 협회의 관행에 제동이 걸린 듯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과거의 관행으로 기필코 회귀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생각나는 요즘, 날씨는 도대체 왜 이리 덥기만 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