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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생각하지 않는 연습 - 지는 멘탈에서 이기는 멘탈로
김미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8월
평점 :
폭염에, 열대야에 시달리다 보니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그게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아침이면 도통 잠을 잔 것 같지 않다며 피곤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게다가 보고 싶은 올림픽 중계라도 있는 날이면 피곤은 배가 된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휴가자가 많아 업무가 가중되는 요즘, 만사 제쳐두고 농땡이를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을 찾아 꾸역꾸역 처리하다 보면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만 흐르고 풀릴 새 없는 피곤은 쌓여만 간다.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풀어진 몸으로 귀가를 하여서도 쉽게 잠들 수 없는 조건은 이어진다. 아침까지 이어지는 열대야와 올림픽 중계. 나는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요즘처럼 떠오르는 생각을 곱씹어볼 만한 여력도, 행동에 앞서 이것저것 되짚어볼 만한 여유도 없이 되는 대로 살아갈 때에는 온통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런 생각들은 바닥난 체력으로 인해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토막토막 끊어져 깊은 어둠 속으로 미끄러지듯 스러진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내가 지금 인생을 이렇게 허비해도 될 나이인가?' 등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며 맥락도 없이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시간의 유속을 따라 자맥질하듯 구르며 떠내려간다. 생각을 따라 움직이는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우리는 종종 휴식을 잊고 삽니다. 성공하려면 원하는 목표를 이루려면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고 착각하는데, 이는 큰 오해입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양의 휴식을 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휴식은 마라톤으로 치면 숨고르기와 같습니다. 호흡이지요. 휴식은 숨과 같은 존재입니다. 들이쉬고, 내쉬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쉬어야 우리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p.259)
국내 최고의 스포츠심리상담사 김미선이 쓴 <실패를 생각하지 않는 연습>은 올림픽이 한창인 지금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일지도 모른다. 어떤 결과에 상관없이 오직 자신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경쟁에 나서는 선수들. 그들의 얼굴에는 어떠한 두려움도, 실패에 대한 불안감도 드러나지 않는다.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자신감을 안고 태어나지는 않았을 터, 그들의 이면에는 김미선 스포츠심리상담사와 같은 이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은 1장 '시작하는 마음', 2장 '행동하는 마음', 3장 '실패하는 마음', 4장 '도약하는 마음', 5장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구성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누구나가 강철 멘탈의 소유자로 거듭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어떤 일이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조금쯤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실패를 두려워만 하지 않습니다. 실패를 통해 약점을 개선하고, 성숙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실패는 마침표가 아닙니다. 성장의 기회입니다. 또 '불안'이라는 감정을 자신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로 이해하며, 잠재력을 끌어내고 더 높은 단계로 가기 위한 도구로써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그들은 쉽게 상실감에 빠지지 않으며, 외부의 잡음보다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승리를 향해 나아갑니다. 불안으로 성장하고, 실패로 성장해 마침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 이것이 그들의 도전의 이유고, 삶의 목적이지요." (p.18 '프롤로그' 중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나 인터뷰를 모두 시청한 건 아니지만 사격에서 은메달을 딴 김예지 선수의 인터뷰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속사권총에서 시간초과로 0점을 받고 예선탈락했지만 그녀는 "한 발을 놓쳤다고 울지는 않았다. 인생은 계속되고 이건 하나의 대회일뿐, 사격은 내게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0점 쐈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이 한 일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이 났음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더러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삶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일에서 생각지도 못한 좋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행운이 날아들 수도 있다. 삶은 그렇게 성공과 실패의 반복으로 꾸려지는 홀짝 게임일지도 모른다.
"가끔 보면 산다는 건 참 억울하지요. 나의 눈물겨운 노력이 내가 원하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고, 타이밍은 항상 어긋나고, 그러나 삶은 원래 억울한 것이고 불공평한 것입니다. 꿈의 여정은 직선으로만 쭉 뻗어나가지 않아요. 울퉁불퉁 굽이치면서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예요. 그렇게 갑자기 날아오르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임계점을 넘어서 다른 존재가 되는 순간 말이지요." (p.175~p.176)
우리는 종종 올림픽 경기의 승패에만 관심이 있을 뿐 선수들이 했던 아름다운 말과 아름다운 태도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우리들 각자에게도, 선수들 개개인에게도 올핌픽은 단지 하나의 이벤트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실패를 자주 경험하라는 건 아니지만 실패 역시 삶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인다면 인생은 지금보다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독자들에게 바라는 바는 바로 그것이라고 믿는다. 입추가 지났는데도 폭염의 기세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무척이나 더웠던 2024년의 여름도 결국 우리의 기억 속으로 사라질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나는 확신하고 있다. 올림픽 폐막일이 멀지 않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