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기온이 높아지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고온에 더하여 습도마저 높아지는 대한민국의 여름은 아무리 반복해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본격적인 여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장마도 다 끝나고 한 줄기 바람마저 없는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히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스팔트 포장 위로 흐물흐물 녹아내릴 것 같은 공포심이 문득 드는 것이다. 무더위에 지쳐가는 건 사람뿐만이 아니어서 말매미는 목청을 높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일 울어대고, 털이 긴 반려견들도 에어컨 없이는 단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한 채 혀를 길게 늘어뜨리고 숨을 헐떡인다. 열대야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런 극한의 환경에서는 잠을 설치는 것도 예사, 퀭한 눈으로 출근을 하고 피곤에 절어 퇴근을 하는 일이 습관처럼 반복된다. 그렇게 힘겨운 여름을 보내다 보면 한 해가 다 지나간 느낌이 들게 마련이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매리언 울프의 대표작 <프루스트와 오징어(Proust and the Squid)>를 읽고 있다. 2009년 '책 읽는 뇌'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이 원제를 살려 <프루스트와 오징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된 것이다. '읽기 연구 분야의 고전으로, 전 세계 언론과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은 책'이라는 소개글도 있지만 디지털 문화로의 전환기에 있는 작금의 시대에 인류의 문화를 가능하게 했던 읽기의 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하늘은 여전히 어둡고, 언제라도 비가 쏟아져도 하나 이상할 게 없는 날씨. 중동의 어느 나라에서는 성지순례에 나섰던 사람들 중 1000명 이상의 순례객이 폭염으로 숨졌다고 하는데, 올해 우리나라의 여름도 어떤 모습으로 지나갈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가까운 도서관에서 마음산책에서 출간한 <프루스트의 독서>를 빌렸다.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으로 피서를 나온 주민들이 빈 자리가 없이 도서관을 가득 메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