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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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칠 때면 언제나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책의 목차 부분을 꼼꼼히 읽는 편이다. 책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책을 읽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책의 목차는 저자가 독자들을 향해 '내가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당신들을 설득하겠소'라고 하는 선언이자 책의 결론이나 주제를 향해 저자가 세운 일종의 이정표인 셈이다. 목차를 읽은 독자는 그것이 자신의 맘에 들지 않더라도 감수하고 읽어 내려가거나  애저녁에 포기하고 책을 덮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결론에 이르는 더 빠르고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왜 그렇게 빙빙 돌아가는 것이요?'라고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양방향 소통 매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책에서 나는 인류의 역사를 깊이 파고들면서 문화와 사회와 문명에서 기본적인 인간성이 어떻게 표출되었는지 탐구할 것이다. 우리 유전학과 생화학, 해부학, 생리학, 심리학의 여러 가지 변화가 어떻게 표출되고, 어떤 결과와 영향을 미쳤을까(단지 중요한 단일 사건들에뿐만 아니라, 세계사의 중요한 상수와 장기적 추세에)?"  (p.15)


웨스트민스터대학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수이자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루이스 다트넬이 쓴 <인간이 되다(Being Human)>는 그가 다루는 주제나 논리의 전개 방식에서도 꽤나 매력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다트넬의 저서 <오리진>을 읽어본 독자라면 그의 이름만 듣고서도 책에 대한 호감도가 어느 정도 증가하겠지만 말이다. 책의 목차는 '머리말'에 이어 1장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 2장 '가족', 3장 '풍토병', 4장 '유행병', 5장 '인구', 6장 '마음을 변화시키는 물질', 7장 '코딩 오류', 8장 '인지 편향', 그리고 '끝맺는 말'과 '도판 출처' 및 '주석' '참고 문헌'에 이어 '감사의 말'로 끝을 맺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구성이다.


"진화는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행동을 촉진하는 일련의 내면적 추동을 발전시켰다. 배고픈 느낌이 강해지면 우리는 먹을 것을 찾고, 성욕과 오르가즘에 대한 기대는 우리에게 생식을 하도록 촉진한다. 진화는 또한 우리에게 집단생활에서 이득을 가져다주는 행동을 촉진하는 경향성을 만들어냈다. 생물학적으로 부호화된 이 반응들(우리가 감정으로 지각하는)에는 가족과 친구를 향한 애정, 고통받는 사람들을 향한 공감, 사기 행위에 대한 분노, 이타적 행동이나 정당한 처벌을 통해 얻는 만족감 등이 있다."  (p.55)


안타깝게도 나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샘플북만을 손에 쥐고 있다. 샘플북은 '머리말'과 1장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에서 끝이 난다. 말하자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는 '머리말'과 인류가 문명을 형성할 수 있었던 내재적인 소프트웨어, 즉 인류 문명의 밑바탕이 되는 여러 가지 인간 본성을 설명하는 게 전부인 셈이다. 정작 내가 읽고 싶었던 부분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나는 사실 7장 '코딩 오류'와 8장 '인지 편향'의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그 때문에 내가 읽었던 샘플북은 완결 편 <인간이 되다>를 읽고 싶은 마음을 더욱 감질나게 했을 뿐이다. 아쉬운 마음에 출판사에서 소개한 책의 '끝맺는 말' 중 한 대목을 옮겨 본다.


"인류의 역사는 종으로서 우리가 지닌 기능과 결함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펼쳐졌다. 하지만 우리는 타고난 생물학적 조건의 무력한 노예가 아니다. 인류가 이룬 기술 진보는 우리가 자신의 자연적 능력을 높이고 증대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많은 생물학적 약점을 보완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펼친 노력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p.385 '끝맺는 말' 중에서)


어제는 국민들의 눈과 귀가 온통 국회 청문회장으로 쏠렸던 날이다. 채 해병의 죽음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람들과 이들을 처벌하지 못하도록 외압을 가한 권력자와 국가 시스템에 대한 비리와 작동 오류를 밝혀내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없었다. 1장에서 저자는 우리의 본성이 평화적인가 폭력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토머스 홉스와 장 자크 루소를 등장시켜 설명하면서 '진실은 양자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짓는다. 청문회에서 보았던 것처럼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진실을 밝히고 정의의 편에 서려고 했던 사람들과 어떻게든 진실을 감추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 했던 사람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었다. 인류의 진화는 무척이나 더디지만 언제나 공동체의 이익에 우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나는 믿는다. 저자도 그리 생각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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