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잤으면 하는 너에게 - 고단한 하루 끝, 숙면 기원 에세이
미내플(유민애) 지음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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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피곤이 아침 기상시간에 몰리던 시기가 있었다. 아침을 먹고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혹은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만 하는 그 짧은 시간에 쌓인 피로가 집중되다 보니 시간을 넘겨 더 잘 수만 있다면 나의 운명을 악마의 유혹에 팔아넘길 수도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시간이었다. 그러나 장점도 있었다. 잠에서 빠져나오는 게 힘들 뿐 일단 정신이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뿐했고 하루를 별 탈 없이 잘 보낼 수 있었다. 단지 일어나는 순간이 힘들었을 뿐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일과에서 쌓인 피로가 저녁 귀가 시간에 집중된다. 밖에서 일을 마치고 일단 귀가하면 그때부터 만사가 귀찮고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진다.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싫은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이면 언제나 그렇듯 습관처럼, 뇌 속에 주입된 일과의 반복이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것처럼 하루를 거뜬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시기가 지나고 좀 더 나이가 들자 하루의 피로는 일상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동행이 자연스러운 불치병처럼 말이다. 피로가 풀려 개운하다거나 가뿐하다는 느낌은 옛날 옛적의 동화 속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일주일의 피로가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주말 시간에 더 깊은 피로감으로 몰려온다는 점이다. 친척의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행사에 참가하느라 쉴 시간이 없었던 주말이면 다음 주에 견뎌야 할 시간들이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진짜 휴식을 취하려면 지금 머릿속에 가득한 걱정부터 내려놓자. 물론 그게 얼마나 힘든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걱정에 휩싸일 때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패닉에 빠져 시간만 흘려보내곤 하니까. 그러나 걱정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는 몸의 긴장이 풀릴 수 없다. 휴식답게 휴식할 수 없다."  (p.30)


자기계발 유튜버이자 고민 상담가로 잘 알려진 미내플(유민애) 작가의 저서 <오늘도 잘 잤으면 하는 너에게>를 택배로 받았던 건 어제 오후.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던 나는 나도 모르게 후루룩 다 읽고 말았다. 작정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가볍다거나 한 번 빠르게 읽고 구석으로 던져버려도 되는 그런 책도 아니다. 이런저런 고민 때문에 불면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맞춤 처방전을 제시함으로써 같은 시기를 통과하는 젊은 세대에게 큰 도움이 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 이어 1장 '고단했던 하루 끝, 나를 보듬는 시간', 2장 '나를 괴롭혔던 건 너일까? 나일까?', 3장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해 볼 것'에 이어 에필로그 성격의 '땡스 투'로 끝을 맺고 있는 이 책은 각 장의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젊은 시절에 공통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일과 관계, 그것으로부터 오는 여러 고민들과 불면의 나날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저자 자신이나 주변의 그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인해 여러 날 잠들지 못하고 피곤에 절어 다른 문제까지 야기하는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물론 해결하지 못한 어떤 문제로부터 매번 도망치거나 문제를 회피하라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꾸준히 동력을 잃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계기로 삼는가가 중요하다.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시한폭탄 같은 불안을 동력으로 삼는다. '패배자가 될까 봐', '남들이 무시할까 봐', '인정받지 못할까 봐'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 자신을 몰아붙인다. 몸과 마음의 근육이 제대로 단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안감에 불을 지핀다면, 머지않아 번아웃으로 향하는 지름길로 가게 될 것이다."  (p.163)


어떤 특정한 고민은 그 시기가 지나면 유효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말하자면 고민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셈이다. 결혼을 하지 못했거나 때를 놓친 채 50대가 된 사람이 있다면 결혼은 이제 그에게 큰 고민거리가 되지 못한다. 하면 좋고 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그런 가벼운 주제로 변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유효기간이 존재하는 이런 고민들은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종국에는 우리 인생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죽음'도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음을 나는 책을 통하여 배웠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바이오리듬도 변하고 젊은 시절처럼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들던 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숙면의 가장 큰 적이라는 고민을 적절히 조절하고 해결하는 일은 내게도 필요한 듯 보인다.


"내 문제를 어떻게든 마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때, 내가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나아가려고 노력할 때, 내 주변 사람들이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때, 오래 울기를 그만둘 때 세상은 언제나 더 또렷해졌다."  (p.215)


피곤해서 저녁 일찍 취침에 들었지만 이유도 없이 새벽에 깨서 다시 잠들기 위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눈은 더 한층 말똥말똥해지고 잠은 구만리 밖으로 달아나는 날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낮에 활동량을 늘리고, 햇빛을 쪼이는 시간을 늘려도 소용이 없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고 있음이다. 피곤은 이제 익숙한 배우자처럼 상시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나는 미내플 작가의 책 <오늘도 잘 잤으면 하는 너에게>를 뒤적이며 찡한 마음으로 '더 좋은 방법이 분명히 있을 거야' 마음속으로 내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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