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나의 보물섬이다 - 의류 수출에서 마천루까지 가는 곳마다 1등 기업을 만드는 글로벌세아 김웅기 회장의 도전경영
김웅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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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의 회고록이나 성공담을 읽거나 들었을 때 나는 그가 부럽다거나 나도 그의 삶의 태도를 따라서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이 그가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었을까 하는 조금은 짠한 생각이 먼저 들곤 한다. 타인의 성공 노하우나 경험담을 듣는 자리에서도 나의 태도는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대개 자리를 배정받기 위해 광클릭을 해야 하거나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그렇게 지난한 과정을 통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강사로부터 그만의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배울 생각은 않고 저 사람은 저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다소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앉아 있으니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의 태도에 혀를 끌끌 차게 마련이다. 더구나 그런 강연이나 좌담회는 대체로 강의 후에 강사와 참석자들 간의 질의응답이나 참석자들의 느낌이나 각오를 듣는 게 일반적인지라 내가 엉뚱하게도 강사님은 지금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힘드셨느냐 하는 다소 안 됐다는 느낌의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참석자들 대부분으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게 마련이었다.


"세상을 탐험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자신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껴본 사람만이 기회와 가치를 알아보고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본 만큼, 아는 만큼 거둔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만난 세상에는 온통 보물이 가득했다. 나는 늘 나 자신을 낯선 곳에 데려다 놓았다. 거기서 얻은 사람과 기회, 성취가 안전한 곳에서 편안함을 누리고 싶은 마음을 이겼다. 행운의 여신은 언제나 모험가의 편이어서 기회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쉼 없이 모험 중인 사람에게만 온다. 물론 보물을 알아보는 안목과 인내심, 먼저 달려가는 실행력과 성실함은 필수다."  (p.7~p.8)


글로벌세아 그룹 김웅기 회장의 사업 도전기를 담은 <세상은 나의 보물섬이다>를 다 읽은 나의 소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35세의 직장인이었던 저자가 자본금 500만 원과 직원 2명으로 의류 수출 회사를 설립하여 37년이 지난 지금 자산과 연매출 모두 6조 원을 상회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역경과 도전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여타 기업의 창업 성공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던  의류, 섬유를 기반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세아상역이라는 작은 회사로부터 나산(인디에프), 쌍용건설, 태림, 발맥스기술, 세아STX엔테크, 전주페이퍼까지 품으며 2023년 대기업 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되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건 순전히 김웅기 회장 본인의 열정과 노력 덕분이라 하겠다.


"어떻든 기업은 정치 앞에서 무기력하다. 세아상역은 경협보험에 가입하여 투자비 100억 중 70억은 보험금으로 회수했다. 그러나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막대한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북측 근로자들은 직장도 잃고 기술을 배울 기회를 잃었다. 개성공단 폐쇄처럼 정치적인 이유로 중단되어 경제 개발이나 발전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정치가들이 발 벗고 나서서 투자를 유치하고 나라를 혁신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나라도 많았다."  (P.187)


누구나 다 열정과 노력만으로 제2의 김웅기, 제3의 김웅기가 될 수는 없다. 그렇게 될 리도 없고 말이다. 다만 우리는 누군가가 이룩한 결과만 부러워할 뿐 그 과정의 고단함을 간과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삶에서는 언제나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게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아무것도 아닌 양 흘려보내곤 한다. 예컨대 1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내 가족의 생일을 놓칠 수도 있고, 부모님과의 여행 약속을 취소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는 다만 그 사람의 가치관의 문제일 뿐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성취라는 건 결국 순간순간 자신이 고른 선택의 총합일 뿐이다. 내가 누군가의 성취를 딱히 부러워하지 않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웃풋(output)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풋(input)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성취는 그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 즉 그의 희생에 대한 당연한 성과인 것이다.


"바람개비에게 바람이 없는 상황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바람개비를 돌리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바람개비를 들고 뛰어서라도 돌리고야 만다. 인간의 의지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놀라운 결과를 보상으로 돌려받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천수답(天水畓) 경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자주 말한다."  (P.328)


책의 저자인 김웅기 회장도 이제 70대가 되었다. 남들이 보기에 많은 성취를 이룬 행복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도 있겠지만 사업가로서 그의 시간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생의 황혼기에 이른 그가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볼 때 자신이 이룬 경제적 성과보다는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 세운 세아학교에 더 많은 자부심을 느낄지도 모른다. 나는 김웅기 회장이 이룬 성과와 그의 철학을 존중한다. 그리고 피가 끓는 젊은 시절의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한 번쯤 그의 열정을 닮아보라고도 말해주고 싶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에는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게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야속하게도 신은 우리에게 원하는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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