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 - 일, 생활, 연애, 인간관계, 돈 고민에 대한 마음 치료제
정신과 의사 TOMY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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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낙천적이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일지라도 고민 한두 가지는 늘 달고 살게 마련이다.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크게 의식하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마음속으로 괴로워하며 속을 태움'이라는 고민의 사전적 의미를 차치하고서라도 고민이 생기는 근본적 원인은 대개 자신의 삶을 더 나은 쪽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근본적 욕심 혹은 그에 상응하는 개인의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것 또한 사람마다 천차만별의 주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더 잘 살겠다는 의지 또는 욕구를 완전히 제거할 수만 있다면 고민이 없는 완전한 평화, 순수의 행복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생명을 유지하는 인간의 속성상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욕구를 제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더라도 인간은 죽음 직전에야 비로소 모든 것을 포기한 완전한 평화 상태에 도달한다고 하니 삶을 유지하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고민과 함께일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고민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민을 스스로 해결하거나 자연적으로 소멸하고, 또 새로운 고민이 생겨나고, 또 스스로 해결하거나 소멸하고, 또 새로운 고민이... 이와 같은 순환이 끝도 없이 벌어지는 게 우리네 삶이라면 너무 지겹고 답답한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010 삶

사는 것은 등산과 다릅니다. 거기에 산이 있어도 오르지 않아도 됩니다.

삶은 등산과는 다른 것이에요. 등산에서는 안 해도 될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삶에선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살면 됩니다. 꽃을 따거나, 나비를 쫓거나, 누워서 쉬거나, 김밥을 먹거나 할 수 있어요. 삶은 즐겁게 살아도 된다는 거죠."  (p.23)


<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은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환자들과의 상담 과정에서 그가 했던 조언을 차곡차곡 쌓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말하자면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내린 221개의 상황별 처방전인 셈인데 짧고 간결하며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느 철학자의 조언처럼 '인생을 이렇게 이렇게 살아라' 하는 식의 현학적이거나 듣는 이를 주눅 들게 하는 명령조의 문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목차를 보고 자신의 상황에 어울리는 소제목을 찾아 그에 해당하는 몇 문장의 짧은 조언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마음이 풀리는 경험을 한두 번쯤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126 마일리지

신뢰를 쌓는 건 오랜 기간 쌓아온 '마일리지' 같은 거예요. 관계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친구니까, 가족이니까, 잘 아는 사람이니까 믿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믿음 마일리지'를 보세요. '믿음 마일리지'를 쌓으세요."  (p.150)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을 정신과 의사이자 칼럼니스트라고 소개하며 동성애자라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쓰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자신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이러한 사실을 밝힘으로써 그를 더 신뢰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말 전체를 부정하는 편견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저자 또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저의 30대는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계속 저를 지켜주신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이어 몇 년 뒤, '나는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동성애자로 태어났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던 파트너의 죽음이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그런 괴로운 때 제가 메모해 둔 말이 저를 지탱해줬습니다. 또 그 경험 속에서 많은 말이 떠올랐습니다. 트위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그런 말들을 나누며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어떤 고민이든 공통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했거든요."  (p.10~p.11 '시작하며' 중에서)


저자의 221번째 마지막 조언 제목은 '현실'이다. 그에 대한 조언을 간략히 옮겨 보면 이렇다. '우리가 흙으로 돌아가는 저쪽으로는 아무것도 못 가져가는 까닭에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이뤘는지 아닌지는 환상 같은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이라는 꿈을 즐겁게 꾸는 것이다'라고.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서로 헐뜯고 경쟁하며 곧 잡아먹을 것처럼 사납게 군다. 지나고 나면 그 모든 게 헛된 짓이었음을 한숨을 내쉬며 고백하게 되지만 말이다. 커다란 바위가 풍화되는 것처럼 우리의 욕심도 시간에 비례하여 줄어드는 삶의 과정인 듯싶다. 우리가 하는 고민은 우리의 욕심에서 비롯된 부산물 혹은 작은 파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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