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제 새벽 등산로에는 안개가 가득했습니다. 늘 다니던 길인데 사뭇 달라진 분위기. 새벽의 성근 어둠 속으로 푸석푸석한 안개 알갱이들이 균질하게 스며들어 흩어지려는 어둠을 한껏 붙잡아두려는 듯했습니다. 여름내 참매미의 울음소리가 장악했던 숲의 고요는 귀뚜라미의 가늘고 탁한 소리로 대체된 지 오래입니다. 어쩌다 만나는 청설모의 밭은 움직임에 넋 놓고 걷던 발걸음을 급하게 멈출 때가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그마저도 귀한 체험이 되고 말았습니다. 안개 때문인지 밭은 숨을 몰아쉴 때마다 목구멍이 까슬까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보면서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했던 말에 대해 사과 한마디만 하면 해프닝으로 끝날 문제를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둥 최초 보도를 한 MBC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둥 그야말로 뻘짓을 일삼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격이 있는 대로 추락하는 것을 하릴없이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해외에 있는 지인 몇 분과 통화를 했었는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연일 톱뉴스로 등장하는 통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는 전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검사로 근무하다 퇴임을 한 후 변호사 개업을 한 지인의 말을 빌자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는 비속어도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바람에 그의 언어는 많이 순화되었고, 그렇게 순화된 게 그 정도라는 것이지요. 검사 세계에서 '이 XX'는 욕설 축에도 끼이지 않는 일상어라는 것입니다. '쪽 팔리다'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지요. 그러니 대통령 자신은 언어 순화를 위해 나름 노력을 했는데 국민들이 그걸 꼬투리 잡아 힐난하니 억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잘못이 있다면 대통령 깜도 안 되는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다는 논리였지요. 어쩌면 그분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하여 코로나 시국에 선진국으로 추앙받던 대한민국의 국격이 하루아침에 무너졌으니 말입니다.
오늘의 대기도 대한민국의 정국만큼이나 답답합니다. 비라도 한 차례 내려 이 답답한 대기가 말끔히 걷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