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신의 피조물이라고 가정할 때 우리는 대개 육체의 모든 기관의 나사가 단단히 혹은 적당히 조여진 채 태어나는 듯하다. 그것은 뇌회로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태어나 짧게는 십수 년을, 많게는 수십 년을 살았던 사람이 자신의 뇌회로에 조여져 있던 나사 한두 개쯤이 느슨해지거나 완전히 풀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가정해보자. 뇌회로가 단단히 조여진 채 태어난 사람, 이를테면 완벽주의자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자신의 뇌회로가 느슨하게 풀린 혹은 한두 개쯤의 나사가 완전히 풀려 사라진 상태를 결코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태어난 후 지금까지 살아온 습관 탓이기도 하려니와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시선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우리는 우연한 사고나 피치 못할 외부 환경에 의해 자신의 뇌회로를 온전히 보전하지 못하는 경우를 숱하게 목격하게 된다. 어떤 이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여 의욕을 잃은 채 정신병의 굴레에 빠져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온전한 상태에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여 전보다 나아진 제2의 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는 후자와 같은 사람들을 천재라 부르며 그와 같은 삶을 기적이라 일컫는다.

 

생각해 보면 천재란 결국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의 뇌회로에서 나사 한두 깨쯤 느슨하게 풀리거나 완전히 풀려 사라진 상태의 뇌회로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이란 매일매일이 기적이며 계획하거나 의도한 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신의 시선은 인간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서 멀어져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완벽주의자란 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자가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의지에 부합하는 인간일 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임대주택에 못 사는 사람이 많아서 정신질환자들이 나온다.'라고 했던 여당의 어느 국회의원의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임을 말하고 싶어 이 글을 썼다. 신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자신의 뇌회로를 태어날 당시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자랑이 될 수 없으며, 뇌회로 중 한두 개쯤 나사가 풀려 느슨해지거나 완전히 풀려버렸다고 할지라도 크게 실망하거나 좌절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후천적 천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란 어쩌면 잠재적 천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말을 한 여당의 국회의원은 다만 흔하디 흔한 보통의 인간일 뿐이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인간들은 오로지 인간의 보편적 이기심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이 때로는 자신의 이기심을 신의 의지인 양 선전하곤 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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