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고요? - 머리가 새하얘지는 당신을 위한 21일 글쓰기 훈련법
조헌주 지음 / 설렘(SEOLREM)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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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와 '훌륭한 글을 쓴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훌륭한'이라는 수식어는 누군가가 쓴 글의 결과물에 대한 찬사 혹은 의례적인 덧붙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곧 글쓴이가 겪어 왔을 분투의 시간과 각고의 노력에 대한 경외 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바라 마지않는다는 기원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이 그렇지만 글쓰기 역시 타고난 재능만으로는 읽는 이의 감동을 자아내는 훌륭한 글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숙련된 글쓰기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과 포기하고픈 순간들을 여러 번 경험해야 한다. 그 지난한 과정을 통과한 자만이 비로소 타인으로부터 '훌륭한 글을 쓴다'는 찬사의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십수 년째 블로그를 유지하고 있는 나로서도 글쓰기 실력을 끌어올리는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그렇다고 이 일을 업으로 하겠다는 계획도, 돈벌이로서 이 일을 택했을 때의 장점에 대해서도 일일이 따져보고 미래의 어떤 청사진을 그려본 것은 아니지만, 블로그를 찾는 몇몇 이들로부터 '글이 좋았다'거나 '잘 읽고 간다'는 인사말쯤은 듣고 싶은 게 블로그를 유지하는 나 자신의 솔직한 욕심인지라 글쓰기에 대한 여러 서적을 읽고 도움을 받아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읽었던 글쓰기 서적만도 줄잡아 대여섯 권은 넘지 싶다. 그럼에도 여전히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노력의 부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지라 천성이 게으른 나로서는 영 진전이 없는 것이다.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 자유롭게 쓰기가 가능해야 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문장을 말끔하게 다듬거나, 내용을 풍성하게 꾸미거나 하는 작업은 나중에 해도 된다. 솔직한 내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때 글만큼이나 자신도 자유로울 수 있다. 자유롭게 글쓰기를 하고 나중에 그 글을 다시 보면 한숨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쓸 소재를 발견할 수도 있다."  (p.180)


극작을 전공하고, 수년간 방송작가로도 활동했던 조헌주의 글쓰기 서적 <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고요?>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세상의 모든 글쓰기 초보들에게 개인의 열정과 실천 방안을 하나로 결합시켜주는 '글쓰기 실천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독자는 어쩌면 그동안 미루고 미뤄 왔던 글쓰기 연습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실행에 옮기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저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나 카페 혹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렵게 쓴 자신의 글을 저자로부터 평가받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고요?」는 글쓰기를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나를 알고 싶은 사람,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글쓰기 습관을 만들어서 더 행복한 인생을 산다는 초점에 맞춰 구성되어 있다. 하루 10분을 내서 쓸 수 있도록 짧은 미션을 담았다. 글을 쓰면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매일 하루 10분, 21일을 꾸준히 한다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글쓰기로 여러 도전을 할 수 있다."  (p.7 '프롤로그' 중에서)


프롤로그에 이어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 '글쓰기 습관으로 삶이 바뀐다고?', 2장 '하루 10분, 글쓰기가 쉬워진다', 3장 '21일 만에 완성하는 글쓰기 전략', 4장 '완벽한 글이 되는 처방전'이라는 소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각자의 삶에서 글쓰기가 꼭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처방전인 셈이다. 저자의 설명을 듣고 책에서 저자가 내준 미션을 군말 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글쓰기 달인'으로 변모한 자신의 모습에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나처럼 어린 시절부터 숙제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켰던 사람은 예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볼품없는 글 솜씨를 천연덕스럽게 내보이는 데는 하나의 이유가 있다. 나는 글을 씀으로써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곤 하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그렇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게 삶을 바꿀 만큼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풀썩 무릎이 꺾일 정도로 좌절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넋두리를 하듯 한참 동안 글을 휘갈겨 쓰고 나면 다시 또 살아갈 힘이 나고, 세상을 향해 나아갈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멀리 있는 누군가의 고단한 삶을 생각하게도 된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알지 못했던 나와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당신들을 생각할 줄 아는 품 넓은 인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얼굴을 마주한다면 차마 하지 못했을 그런 말들을 글을 통해 용기를 내보는 것이다. 일기를 쓰듯 혹은 한 통의 편지를 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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