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도 가기 전에 벌써부터 이렇게 더우니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기상예보나 일반인들의 추측이 다 맞을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최근의 날씨는 어찌나 변화무쌍하던지 전문가들조차 예측에 애를 먹지 않던가. 작년 여름만 하더라도 54일간의 역대 최장 기간 장마가 이어질 줄 누가 알았겠나. 올해 역시 작년과 같은 긴 장마가 올 수도 있고, 예상치도 못했던 서늘한 여름을 맞을 수도 있으니...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식당 출입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옆 테이블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면서 대화가 길어질라치면 은근히 신경 쓰이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괜스레 겁이 나기도 한다. 확진자가 증가하는 바람에 혹시 주변에 있는 어떤 이가 무증상 감염자는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잠잠해질 때까지 다들 약속을 미룬 채 집에서만 머무르면 좋으련만 사람들의 마음이 어디 내 맘처럼 같기만 할까.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던 프랑수아즈 지루가 쓴 <루 살로메>를 읽고 있다. 당대의 유명했던 세 남자, 프리드리히 니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적 유희를 벌였던 여인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루 살로메에게 지적 충족감을 안겨줄 만한 당대의 지식인들이 다만 남성이었을 뿐 그녀가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외설스러운 행동을 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루 살로메는 어쩌면 시대를 앞서 간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아무리 자연스럽게 사랑을 드러내고 가장 숭고한 형태로 사랑을 보여준다고 해도 사랑의 삶은 불성실한 원칙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결정적으로 가공의 인물을 창조하기보다는 차라리 훨씬 더 생생한 살아 있는 인간의 문제를 탐색하는 것이 더 낫다고 확신했다. 특히 성적 충동, 그리도 강렬한 그 힘에 대해서."  (p.121)

 

우리는 종종 겪어보지도 못한 한 인간에 대해 지나친 관심이나 불합리한 억측을 일삼고, 아주 작은 일을 부풀려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와 같은 입방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놀아났던가. 날씨가 더워지고 코로나의 맹위가 거세지면 짜증이나 화를 내는 일도 점점 많아질 터, 그럴 때일수록 행동거지보다 입조심부터 하는 게 순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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