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바이러스에 대비할 수 있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이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조심 답답한 시간을 그저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던 게 벌써 1년여. 접종이 모두 마무리되고 전 국민의 집단면역이 형성되기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하겠지만, 이 시간을 기점으로 우리는 가까운 시간 내에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작다면 아주 작은 희망일 수도 있는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의 복귀'가 어쩌면 이렇게 크고 불가능한 것인 양 여겨져 왔던 것인지...

 

날씨가 풀리고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이 손끝에 와 닿는다. 봄이 오고 있음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사람들은 너도 나도 들로 산으로 여행을 떠나고, 지방의 축제 현장에서 달집태우기며 지신밟기며 온갖 민속놀이에 덩달아 신명이 났을 텐데 올해는 그마저도 어렵겠다. 낮에 들른 식당에서 먹었던 오곡밥과 나물 반찬 덕분에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구나, 생각했었다. 계절은 배반하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사는 게 무에 그리 바쁜지 계절 가는 줄도 모른 채 또 한 계절을 보내는가 보았다.

 

어제 폭등했던 주가가 오늘 다시 폭락함으로써 주식 투자에 열광했던 사람들의 광기를 말끔히 가라앉힌 듯했다. 계절이 오고 계절이 가는 것처럼 주가 역시 상승과 하락의 자연스러운 반복을 계속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좀체 믿으려 하지 않는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어디 있으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우리의 삶도 언젠가 그 끝을 드러낼 텐데 말이다. 주식 투자를 단순한 취미이자 오락으로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들의 광기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번 투자에 실패하면서도 '아무개는 얼마를 벌었다더라.'라며 자신과 상관도 없는 말을 누군가에게 전달함으로써 손실의 쓴맛을 위로받는다. 그렇게 근거도 없는 소문을 끝없이 퍼 나르며 그 소문에 의해 자신도 서서히 중독되어 가고야 마는 악순환. 그들은 자신이 속한 욕망의 굴레를 절대 인식하지 못한다.

 

서현숙 선생님이 쓴 <소년을 읽다>를 조금 읽었다. '2019년 우연히 소년원에서 국어 수업을 하게 되었고, 소년원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었다.'는 저자는 그때의 경험을 책으로 엮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책이 있는 만남, 책이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는 만남, 이런 만남의 힘이 무르지 않다는 것을, 단단하다는 것을 머리 아닌 가슴으로 알게 되었다. 이 기록의 한계는 한계대로 남겨둔다. 빈 곳은 억지로 메우지 않고 구멍으로 비워둔다. 한계와 빈틈을 비집고 나오는 물음표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나의 미미한 변화를 알아준다면, 사회에 물음표 하나 던져준다면 기쁘겠다."  (p.14 '프롤로그' 중에서)

 

2월도 그 끝이 보인다.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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