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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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밥벌이의 차원에서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가장 크게, 빈번하게 불만을 토로하는 일 역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밥벌이가 아닐까 싶다. 밥벌이의 비애라고나 할까, 아니면 밥벌이의 서글픔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가계를 꾸려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반복적인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오히려 지긋지긋한 이 일로부터 언제든 벗어나고 싶은 갈망은 말할 것도 없고 반복에서 오는 지겨움이 일상을 지배하는 암울한 현실에 대해 우리는 여러 불만을 수시로 토로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불만 가득한 현실일지라도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지긋한 안심이랄까, 다행이랄까 아무튼 그런 표현으로도 들린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실업이나 실직일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창작을 위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에게조차 이와 같은 규칙적인 반복의 필요성이 요구될까?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대답이 서로 엇갈릴지도 모르겠다.

 

"<일간 이슬아>는 평일에 매일 한 편의 글을 써서 구독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는 프로젝트다. 한 달에 20편을 보내고 월 구독료 만 원을 받으니까 글 한 편에 500원인 셈이다. 포장마차에서 파는 어묵 한 꼬치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내 글이 어묵만큼의 기쁨인지 잘 모르겠다. 어묵보다 감동적인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p.531 '원고료에 관한 생각들' 중에서)

 

이슬아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이 텔레비전이었는지 아니면 라디오였는지 분명치는 않다. 그녀의 말을 지나치면서 슬쩍 들었을 때는 말이 어눌하다는 것과 규칙적으로 글을 쓰고는 있지만 대중으로부터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지배적이었다. 왜 그런 인상을 받았는지 나는 지금도 그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 터이다. 그러나 언론 매체의 가공할 만한 전파력 덕분인지 나의 선입견과는 전혀 다르게 '이슬아'라는 이름이 빠르게 알려지고 있었다. 적어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간 연재를 네 달째 이어가는 동안 그런 걱정이 들었다. 일상의 모든 것을 이야기로 만들려고 하는 성급한 사람이 되어온 게 아닐까. 매일 글을 쓰는 것과 쓴 글을 매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은 아예 다른 일이었다. 당분간 뜸하게 보여줄 수 있다니 다행스러웠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뭐라도 쓰는 건 정말 위험하지 않나. 이야기가 내 안에서 고이고 쌓이고 응축되기를 바랐다." (p.360~p.361 '산책의 어려움' 중에서)

 

어떤 대가를 받고 글을 쓴다는 건 그런 재능이 없는 사람들에게 일견 부러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적나라한 속내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미주알고주알 까발려진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터, 2018년 2월 12일에 시작된 이슬아 작가의 글이 하루하루 날짜를 더해가면서 빠르게 변해갔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연애, 섹스, 추억 등 자신의 경험 일변도의 내용이 주류였던 글은 점차 폭을 넓혀 가족, 지인, 책이나 영화 등으로 옮겨 간다. 게다가 '일간 이슬아 친구'의 글을 싣는 것으로까지 확장되기에 이른다.

 

"이슬아가 내 친구가 아니었다면 <일간 이슬아>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어떤 미친 사람이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완성해내야 하는 개미지옥으로 자신을 밀어넣었나! 그러나 내가 그의 친구임을 기억해낸 나는 곧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재주 많은 내 친구는 어찌하여 방구석에 처박혀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나. 모름지기 진정한 친구라면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슬아야, 그만둬!"" (p.542 '매일의 小偉人' 중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글을 쓰는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쓰면 쓸수록 실력이 늘고 남들이 보기에도 그럭저럭 읽을 만한 글을 완성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리고 글감이나 글의 소재를 발굴하는 것 역시 처음이나 어렵지 익숙해지면 그닥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내가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지 않아 너무 쉽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아무튼) 그러나 <일간 이슬아>를 <인간 이슬아>로 등치 시켜 생각해왔던 구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작가의 변화가 썩 내키지만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처음에 알았던 '인간 이슬아'는 어디로 가고 '작가 이슬아'가 그들 앞에 떡 하니 서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주말부터 읽기 시작했던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내 손을 떠났다. 살면서 많은 미련이나 후회만 남지 않는다면 인생은 어떻게 살아도 상관없다고 말하곤 한다. 참으로 무책임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자신의 인생이 아니라고 그렇게 성의 없이 말해도 되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아들에게도 나는 비슷한 말을 들려주곤 한다. 유한한 인생에서 남으로부터 지탄을 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며 또 못 할 건 뭔가. 나만 좋다면 말이다. <인간 이슬아 수필집>를 읽다 보면 건전하지만 무언가 꽉 막힌 듯한 답답함보다는 세상의 편견이나 이목에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후련함이 느껴진다. 나와 같은 샌님은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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