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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속성 - 최상위 부자가 말하는 돈에 대한 모든 것
김승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한 분야에서 대가로 인정받는 사람의 강연을 듣거나 그의 저서를 읽고 난 후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강연의 내용이 너무 평범하고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어 실망했다는 쪽과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어려웠다는 쪽이 그것이다. 말인즉슨 강연을 들었던 두 부류, 즉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강연자로 나선 사람의 명성이 크면 클수록,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높으면 높을수록 강연을 듣거나 책을 읽는 일반인이 차후에 실망할 확률은 비례해서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정 반대의 결과가 도출될 듯한데 왜 우리는 이러한 엉뚱한 결과와 마주치는가.
글로벌 외식 그룹인 SNOWFOX GROUP의 회장이자 전 세계를 오가며 각종 강연과 수업을 통해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으로 알려져 있는 김승호 회장의 강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최근에는 외식 기업 이외에도 출판사와 화훼 유통업, 금융업, 부동산업의 회사를 소유하기도 한 김승호 회장은 자수성가의 표본이자 3,000여 명의 사업가 제자들을 양성한 지도자이며, <자기경영 노트>, <김밥 파는 CEO>, <생각의 비밀>,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을 쓴 장기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이지만 내가 아는 한 김승호 회장의 강연을 듣고, 혹은 그의 저서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거나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3년 전 어느 극장 하나를 빌려 대중에게 강의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이 책 <돈의 속성> 역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이다.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다. 상속을 받거나, 복권에 당첨되거나, 사업에 성공하는 것이다. 부모가 부자가 아니라면 이 중에 가장 쉬운 것이 사업에 성공하는 것이다. 복권 당첨 비율은 사업 성공 비율보다 훨씬 낮다. 설령 당첨돼도 돈의 성질이 너무 나빠서 오래도록 부자로 살 확률이 거의 없다." (p.67)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은 대개 위와 같다. 너무나 평범하다 못해 이런 걸 왜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도 여러 곳이다. 종잣돈 천만 원을 만들고 그 돈을 1억 원, 10억 원, 100억 원, 수천억 원이 될 때까지 돈을 관리하며 터득한 '돈'이 가진 속성을 정리한 돈에 대한 이론서인 동시에 '진짜 부자'가 된 저자가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비법서이기도 한 이 책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과연 그만한 가치를 깨닫게 하고, 평생 부자로 살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빠르고 편한 지름길을 안내하는 보물 지도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인가에 대한 나의 전망은 심히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투자는 지식과 지혜가 합쳐져야 성공한다. 지혜가 없는 지식은 오만해지고 지식이 없는 지혜는 허공만 안게 된다. 지식은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를 말하고, 지혜는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대한 이치를 깨닫는 일이다. 어떤 분야든 대가가 된 사람들은 지혜와 지식수준이 남다르다. 그가 음악가든, 운동선수든, 예술가든,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모두 어떤 경지에 이른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p.104)
내가 이런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되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돈은 감정을 가진 실체라서 사랑하되 지나치면 안 되고 품을 땐 품어도 가야 할 땐 보내줘야 하며 절대로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주장 역시 과거에 다른 누군가로부터 혹은 다른 책에서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맥락의 문구를 한 번쯤 듣거나 읽어보았을 것이며,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돈의 속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말 또한 여러 번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말을 들었던 모든 사람들이 지금 부자로 살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며,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보편적인 방법 이외의 다른 특별한 방법만을 찾아 헤매기 때문이다. 비밀은 저자가 그와 같은 평범한 말을 하게 된 동기와 그만의 경험, 즉 말의 이면에 존재하는 원천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가의 말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돈을 모으는 네 가지 습관을 말하고 있다. '첫째,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켜라. 둘째,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잘 정리한다. 셋째, 아침 공복에 물 한 잔을 마셔라. 넷째,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가 그것이다. 이러한 습관에 대한 조언 역시 한두 번 들어본 게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비법은 평범함 속에 감추어지게 마련이고, 우리가 하찮게 여겼던 가장 보편적인 조언들 역시 실천에 있어서는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부자가 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은 그 비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비법의 평범함으로 인해 그것을 우습게 여기거나 간단한 듯 보이는 방법일수록 반복적 실천은 더욱 어렵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고 했던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조언 중 한 허리를 뚝 잘라 뜨겁게 사랑할 줄만 알았던 건 아닐까. 그런 후회가 밀려오는 건 왜일까. 장맛비도 그친 후텁지근한 저녁, 이 늦은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