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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마음대로 사세요 - 내 마음대로 살아도 모두가 행복한 마음사용법
박이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3월
평점 :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언뜻언뜻 머리를 스쳐가는 장면들이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던 아들이 내가 끄는 유모차에 앉아 세상의 모든 것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질문을 퍼부어대던 장면들. 젖살이 오른 앙증맞은 손으로 "저게 뭐야?" 물을라치면 "응. 저건 벚꽃이야." 하면서 질문과 동시에 곧바로 대답을 이어가지만 아들은 다시 "왜?"라고 물었었다. 아니 '왜?'라니. 나는 황당함에 말문이 막히곤 했다. 아들은 내가 제대로 된 대답을 하건 말건 그 후에도 자신의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을 물어왔다. 저게 뭐냐고. 그리고 나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왜냐는 질문과 함께.
1월생인 아들이 만 1살이 되던 그해의 1월에도 내리는 눈을 보며 물었었다. 저게 뭐냐고. 그리고 눈이라는 나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왜?'라는 익숙한 질문이... 한동안 돌림노래처럼 이어지던 아들과 나의 대화는 누가 명령을 내린 것도 아닌데 어느 한순간 멈춰버렸고, 시간은 이제 각자의 영역에서 흘러간 것처럼 기억에서 흐릿한 여운만 남긴 채 지워졌다. 그리고 아들과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먼 미래로 날아온 것처럼 변성기가 지난 걸걸한 목소리의 아들과 그때에 비하면 얼굴에 주름도 많아진 중년의 아저씨로 변한 내가 데면데면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세상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던 아들도, 아들의 질문에 매번 쩔쩔매면서도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초보 아빠인 나도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육신은 평생 젊게 살 수 없지만 영혼은 가능하다. 영혼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주름살이 지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다. 영혼에는 세월이 매길 수 있는 나이가 없다. 다만 마음의 주인인 나는 마음의 상태를 결정할 수 있다. 스스로 시들어가는 길로 마음을 이끌면 마음은 시들어갈 수밖에 없다. 네오테니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영혼은 늘 '아이'여야 한다." (p.177)
박이철의 <니 마음대로 사세요>를 읽는 동안 아들이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던 그때보다 나는 몸도 영혼도 많이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쩌면 몸보다 마음이 더 빠르게 나이를 먹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이제껏 마음이나 명상 등 도대체 마음이란 무엇인지를 다루는 책은 어지간히 애를 쓰며 많이도 찾아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무의식의 세계 속으로 내려가 마음의 근원을 다루는 책은 그닥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러나 저자는 마음의 근원 및 우리의 마음이 가지고 있는 힘을 차근차근 알려주며 사례를 통해 마음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우리가 타인의 욕망이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에 감동하고, 감사함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때로는 고통스러운 좌절이 큰 스승이 되기도 한다. 감사하는 연습을 계속하다보면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이 되고 나쁜 일도 좋은 일이 된다. 내가 사는 세상을 내 마음대로 바꾸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감사합니다'를 습관처럼 하다보면 감사할 일만 있는 세상이 된다. 내 마음대로.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p.220)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지 않지만 내가 감히 섣부른 팁을 하나 말하자면 가까운 사람을 잃어본 사람은 그 사람이 평소에 쓰던 물건들이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슬픔으로 다가오는지, 물건이라는 게 산 사람에게나 가치가 있는 것이지 일단 이 세상을 뜨고 나면 남겨진 물건들은 정말이지 남은 사람들에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물건에 대한 욕심은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나의 존재는 소유를 통해 확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 책의 제1부에서 마음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2부에서 마음사용법인 '감동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련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매사에 감사한다는 게 감동력을 발휘하는 지름길이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책에서 일관되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한 듯 보인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호랑이와 조련사가 나란히 존재하고, 일상에서 나를 쥐고 흔드는 호랑이와 이를 길들이려는 조련사가 매번 부딪히는 까닭에 우리는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호랑이를 조련하는 조련사'를 깨우고 호랑이보다는 조련사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완전한 '나'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남은 인생을 갈등 없이 평온하게 살아감으로써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감사의 의미를 깨닫고 이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감사 일기를 쓸 것을 권하고 있다. 감사 일기를 꾸준히 씀으로써 감사할 일이 나날이 많아지고, 이를 통하여 감동력을 발휘하는 습관을 들인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해 온 국민이 감동력을 발휘하고, 이를 통하여 대한민국 국민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다시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그 저력은 역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감사에 있지 않았을까. 의료인력이 부족해 힘들어하는 대구 시민들을 위해 주저 없이 대구로 향했던 의사와 간호사들, 이들의 헌신에 감동하여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더 나누려고 했던 전국의 많은 시민들, 그리고 이와 같은 감사함이 합쳐져 마침내 우리는 이 힘든 시기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온 국민의 마음속에 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예년 같으면 벚꽃이 피는 이 계절에 들로 산으로 여행을 떠났을 테지만 건강한 몸으로 제한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하며 기꺼운 마음으로 주말 한정의 자가격리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화단에 환하게 핀 벚꽃을 보면서 나는 문득 "저게 뭐야?" 물으며 끝없이 질문을 이어가던 아들의 초롱한 눈망울이 떠올랐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시간들. 다시 봄처럼 그 눈망울에 내 시선을 고정한 채 하루를 보낼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