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 - 결을 따라 풀어낸 당신의 마음 이야기
태희 지음 / 피어오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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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적당한 마음의 거리를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노련한 비즈니스맨일지라도 말이다. 때로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았는데 내가 더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그 반대인 경우도 종종 있어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처럼 관계로 맺어지는 마음의 거리는 지나치게 멀거나 가까워지는 게 다반사, 적당한 거리를 기계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데 답답함이 있다. 평생에 걸쳐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어울려 살아야 하는 인간이기에 우리는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마음의 상처를 평생 지고 갈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는지도 모른다. 작든 크든 말이다.

 

태희 작가의 <마음의 결> 역시 인간의 운명과도 같은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안 그런 척 꽁꽁 숨겨두었던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들켜버린 것만 같아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그때는 왜 그랬을까? 지난 시절을 후회하기도 하면서 울고 웃게 된다. 꾹꾹 눌러 참아왔을 뿐 남들에게는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감정들을 조금쯤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도 생긴다. 밖으로 드러내지 못한 채 안으로만 향했던 마음의 칼날들을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민을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간관계다. 그런데 그 마음을 들여다보면 다들 비슷한 이유로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잘 했는데 상대방은 왜 그럴까,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했는데 왜 저런 반응이 나타날까?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데 저 사람은 어째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이는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에서, 내가 생각하는 상식의 틀에 맞춰 생각을 하고 잇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인간관계에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먼저 기억을 하고 있어야 한다." (p.233)

 

돌이켜보면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한 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타인의 삶을 시샘하면서 누가 사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상처를 받고, 자책을 하고, 때로는 좌절을 하는 바람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허비하였던 게 아닌가. 그러느라 우리는 자신의 열정과 에너지를 소비했던 건 아닐까. 책에서 저자는 '1부 글로 마음을 펼친다'를 통하여 관계 맺기의 어려움과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여러 상처와 치유법을, '2부 너의 마음을 읽는다'를 통하여 사랑과 이별, 그 영원한 숙제에 대하여, '3부 우리의 결이 같기를 바란다'를 통하여 자기 자신 잘 대하기에 대하여 쓰고 있다.

 

"사람은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을 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을 때 끝까지 나아갈 힘을 얻는다. 그 단 한 사람의 존재가 주는 힘. 그것이 어쩌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될지도 모른다." (p.248)

 

마음의 병은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에게 자신의 상처를 가감 없이 드러내도 좋다. 그 사람의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북돋우는 말 한마디가 내 상처의 치료제가 되고, 그와 같은 경험이 같은 상처에 대한 면역력을 키운다. 육체의 병은 단 한 번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마음의 상처는 기억이 거듭될수록 병은 깊어지고, 기억이 남아 있는 한 완치란 있을 수 없다. <마음의 결>과 같은 책이 독자의 마음을 다독이고 상처를 잊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새로운 기억이 마음의 상처를 뿌리째 뽑아버리지 않는 한 언제든 상처는 재발하게 마련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떠들썩한 요즘, 겉으로 드러나는 병은 오히려 치료가 쉬울지도 모른다. 정작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마음의 병이 아닐까 싶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는 이제 겨우 2만 명을 넘었을지라도 마음의 병을 앓는 환자는 예전에 벌써 70억 명을 돌파했을지 모르는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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