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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밖에서 놀게 하라 -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 수상 김경희 교수의 창의영재 교육법
김경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평점 :
명실상부 창의력 교육의 최고 권위자이자 '영재교육'으로 유명한 윌리엄메리 대학교 종신교수이기도 한 김경희 교수의 저서 <틀 밖에서 놀게 하라>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하고 싶을 만큼 유익한 책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과연 이 책을 읽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을 교육함에 있어 책에 적힌 방법대로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 그런 책이다. 특히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과연 이 방법이 통하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책에 있는 저자의 교육 방법을 따라 한다는 건 일종의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아이는 틀 밖에서 놀아야 한다. 틀 밖에서 공부를 놀이처럼 해야 한다. 이미 구세대가 된 엄마의 틀, 육체적 활동의 틀, 정신적 사고의 틀, 주입식 교육의 틀 밖 말이다. 한국 교육제도의 '틀'은 교과서에 쓰여 있는 내용을 주입하고, 정답이 아니면 오답인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필요로 한다. 대학 입시를 최종 목표로 향해 달리는 경주마 교육을 한다. 이러한 교육제도는 아이가 공부를 일처럼 하게 만들고, 그 틀 안에 갇힌 아이를 평생 '일'만 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한다." (p.15 '프롤로그' 중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 아이들의 창의력을 신장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집필했다는 이 책의 주요 내용은 CAT 이론을 바탕으로 부모가 아이의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창의영재 교육법'에 집중하고 있다. 요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자주 듣게 되는 '4차 산업혁명'과 '창의력'은 우리가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커다란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아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하나하나 실천해가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감안하여 창의력 교육에 대한 모든 것, 말하자면 창의력 교육의 'A to Z'를 소개한다. 'Part. 1 창의력을 키우는 햇살, 바람, 토양, 공간, Part. 2 멀리 보는 아이로 자라는 ION 사고력'의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각각의 장마다 부모를 위한 요약과 팁을 제공함으로써 그동안 창의력에 대해 어설프게 공부했거나 숫제 들어본 적 없는 부모들이라도 어려움 없이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좋았다. 게다가 창의력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세한 설명과 예시가 곁들여져 있다.
"창작물의 가치를 위해서는 목표 의식적 태도와 철저한 태도를 포함한 바람 태도 및 토양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창작물의 색다름을 위해서는 튀는 태도와 당돌한 태도를 포함한 햇살 태도 및 공간 태도가 필요하다. 어느 태도 하나가 넘치거나 부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를 창의영재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이 책에서 설명한 27가지 창의적 태도가 모두 필요하다." (p.366 '에필로그' 중에서)
책에서는 주로 아이의 교육을 담당하는 엄마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주변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엄마의 태도나 학습법은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엄마들의 교수법은 왜 수십 년째 변하지 않는가? 말하자면 틀 안에서의 교육만 고집하는 걸까? 나는 이것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말하고 싶다. 첫째는 주변의 대다수 부모들이 채택하는 교육 방법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럴 만한 용기도 없고, '아이가 혹시라도 잘못된다면...' 하는 우려에 대해 책임질 만한 배짱도 없는 것이다. 둘째는 아이의 항변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으로서 기존의 방식을 답습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대다수 부모들이 아이에게는 철저히 속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데, 이를테면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 때 부모의 잘못된 교육법을 탓하기라도 할라치면 그에 대한 방어 논리로 우리는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너를 위해 이런저런 학원도 보내고, 전문가의 상담도 받고 필요한 모든 것을 했노라고 조목조목 반박할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엄마가 공부하여 취득한 학습법과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나름의 스케줄에 따라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그러자면 엄마의 시간은 온전히 아이를 위해 바쳐져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너무 힘든 것이다. 나는 사실 더 많은 이유를 말할 수도 있지만 나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대한민국의 보편적 부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에 더 말해봐야 누워서 침 뱉는 격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창의력은 IQ와 상관이 없다. 자신이 아주 잘 할 수 있는 한 가지만 있으면 된다. 대단히 가치 있는 상상은 어느 날 갑자기 마법처럼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을 때, 그 지식을 바탕으로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p.264)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은 지난 금요일부터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다. 부담이 될 줄 뻔히 알면서도 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첫날 본 시험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국어 시험을 보았는데 난이도는 높지 않은 것 같았는데 서술형 답안을 작성할 때 시간이 부족했을 정도로 지문이 길고 복잡했었다는 아들의 대답이 돌아왔다. 학교에서는 몰랐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객관식 문제 하나를 틀린 것 같다는 솔직한 고백과 함께. 이런 환경에서 아이의 창의력이 길러질 리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당장 눈앞의 불을 끄고 싶은 게 부모의 욕심이기도 하다. 아이의 창의력을 높이는 교육은 사실 부모의 인내력과 용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아이의 교육에 대한 지식은 차후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말하자면 교육에 대한 부모의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유익한 지식도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아들은 다음 주에 있을 시험공부를 한답시며 일찍부터 밖으로 나가고 없다. 나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었는지도 모른다.